[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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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82)
  • 시사주간
  • 승인 2018.02.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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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입으면 볼록 튀어나온 게 영 수상쩍어 보여
▲ © 시사주간


 미스왕은 툇마루로 가서 행여 누가 볼까 두리번거리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쫄때 팬티를 입고 그위에 스타킹을 다시 겹쳐 신었다.

한여름에 팬티스타킹을 껴입고 다니면 사타구니에 땀이 배어 찐 옥수수 냄새 같은 것이 진동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고 나서부터는 그놈의 불솟대가 쪼그랑 망태기처럼 졸아들고 젖가슴이 좀 봉긋해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바지를 입으면 볼록 튀어나온 게 영 수상쩍어 보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털이었다. 그 중에서도 턱과 콧수염이 제일 문제였는데 이는 웬만한 화장에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리나 팔은 두꺼운 스타킹을 신거나 제모크림 혹은 족집게를 이용해 뽑으면 되지만 턱과 콧수염은 그 정도로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그런 상태로 화장대 앞에 앉은 미스왕은 담배 한 대를 꺼내물고 필터를 접시물에 살짝 적셔 불을 붙였다. ‘식후불연초면 조실부모요 식후연초면 불로장생’이라 했지만 그녀는 그보다 화장하기 전에 한 대 피우는 맛이 더 죽인다고 생각했다.

담배맛이 순해진다고 필터를 물에 적시는 것도 버릇이었다. 그녀는 정말 기생첩도 안준달 정도로 맛이 있다는 듯 푸성지게 빤다.담배연기가 마침 봉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살에 푸른 빛으로 변하며 실풀어지듯 흩어진다. 그걸 보며 미스왕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어느 씹새끼가 인생이란 두루마리화장지와 같아서 뒤로 갈수록 빨리 풀린다카더니 내가 언제 이리 나이를 먹었노? 서른살이라 이 말이가 내가 시방.”미스왕은 전직 둥기(기둥서방) 출신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왕정치. 일본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개) 보유자와 같다.

어릴 적 동네야구를 잘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인데 본명은 모른다. 어찌저찌해서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열세 살 때 뛰쳐나와 이곳저곳에서 해골을 굴리며 살아왔다. [83에서 계속]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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