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법 절차 무시한 하급심에 잇따라 위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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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법 절차 무시한 하급심에 잇따라 위법 지적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8.04.2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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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오씨가 국선변호인 선정을 요청했지만 변호인 없이 변론을 끝내 조력을 받지 못하게 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사진 /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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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대법원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달라는 피고인 요청에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재판을 마치는 등 재판 절차에 잘못이 있는 하급심 판결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오씨가 국선변호인 선정을 요청했지만 변호인 없이 변론을 끝내 조력을 받지 못하게 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씨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 서면으로 빈곤 등 사유로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고 기록상 원심에서 이를 배척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오씨는 빈곤 그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게 해야 함에도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변호인 없이 오씨만 출석한 상태로 공판을 진행했다"며 "실질적 변론과 심리를 모두 끝낸 뒤에야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하고 판결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오씨가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하고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오씨는 지난해 1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중고물품 거래 카페를 통해 물건을 보내주겠다며 19명으로부터 48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1심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로 기소된 오씨에게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결정했고, 오씨는 국선변호인 도움을 받아 재판을 끝냈다.

 2심에서 오씨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별건 구속, 수형 중'이라는 이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다. 하지만 2심은 첫 공판에서 곧바로 재판을 마쳤고 이틀 뒤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하고 이후 선고를 내렸다.

또 같은 재판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기간 내 항소이유서가 제출됐음에도 피고인에게 변론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재판을 끝낸 항소심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모씨는 2016년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김씨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추후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당일 변론이 종결됐다. 이후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기간 내 적법하게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변론을 다시 열지 않고 그대로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피고인의 소재 파악을 충실히 하지 않고 공시송달로 선고를 내린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조모씨는 지인에게 39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 2심에서 다른 사건과 합쳐져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2심은 조씨가 출석한 상태로 세차례 재판을 열고 선고일을 정했다가 다시 재판을 열었는데 조씨가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조씨 주소지에 소환장을 보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고 연락도 닿지 않았다. 경찰을 통한 소재 파악도 되지 않자 출석 없이 재판을 끝내고 공시송달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입원중인 남편의 병간호로 집에서 지내지 못할 사정이 엿보이고 항소이유서에 첨부한 소견서에 병원 연락처와 주소가 있어 공시송달 결정에 앞서 병원에 전화해 소재 파악 시도를 했어야 한다"며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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