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김경수 기자] “을 중에 이런 을도 없을 걸요?”
지난 28일 늦은 오후 한 택시기사가 들려준 말이다. 이날 40대 부부와 있었던 자신의 불쾌한 경험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콜을 받아 손님을 모시러 갔는데...글쎄 금방 내려오겠다는 사람들이 내가 도착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택시에 탑승했다”며 “나도 솔직히 사람인지라 조금 불친절하게 대했더니 자신을 신고해야겠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승객들에겐 내가 기다린 30분이란 시간이 별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우리 택시기사들은 손님을 한번이라도 더 태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며 씁쓸함을 내뱉었다.
승객에게 요금을 지불하라고 말했다가 택시기사의 손목을 꺾은 승객도 있었다.
지난 21일 SBS뉴스에 따르면 만취한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왜 차를 빨리 세우지 않냐”며 폭행을 시작했다. 택시기사는 “10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우측으로 5차선을 넘어가는 동안 끊임없이 승객에게 맞아 결국 전치 3주 부상을 당했다”고 말했다.
◇ 욕설·폭력은 있는 대로 당하고, 돈은 돈대로 못 벌고, 사람들 인식은 인식대로 안 좋고...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박모(60대)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매년 2~3번 정도 직·간접적으로 언어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서울역으로 향하던 중 자식뻘로 보이는 승객에게 왜 삥삥 도냐며 심한 욕설을 당했는데 그때 참 많이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말 해봤자 사람들이 택시기사들 싫어하는 것 안다” “뉴스에 나오는 그런 불친절한 택시기사들은 10명 중에 한명 꼴인데...그런 사람들 때문에 좋은 기사들까지 싸잡아 욕 먹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고 전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버스·택시 운전자 등을 폭행해 검거된 사람은 2013∼2017년 5년간 1만6098명에 달했다. 이는 하루 평균 8.8명이다. 그러나 가해자가 구속된 건수는 0.8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 택시업계도 같이 잘사는 법안 나와야
일각에선 택시업계를 고려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택시업은 장시간 근무에 비해 저임금 노동으로 상당수가 영세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택시업계 관계자는 “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A 택시업체 대표는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와 경쟁하려면 기존 서비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서비스 실험도 해야 하는데, 현 규제 때문에 이런 시도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택시업계가 당면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택시업계에 ‘규제 한 번 다 풀어줄테니 마음껏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카풀 업체들과도 경쟁하라’고 해줬으면 좋겠다”며 “ICT 업계에선 기존 택시 산업을 보호해주려는 분위기를 가르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오히려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 아랫 부분에 있다”고 호소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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