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버닝썬’ 충격에 30년전 뇌물 받던 경찰관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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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버닝썬’ 충격에 30년전 뇌물 받던 경찰관이 그립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3.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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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벌써 30여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사업가로 변신해 크게 성공한 당시 유명 연예인이었던 S 씨가 보너스로 자가용을 선물 받았다. 그는 기분에 들떠 운전면허증도 없이 차를 몰고 여의도 방송사로 가다가 마포대교를 건너기 전에 차선 위반으로 교통경찰에 걸렸다.

경찰관이 다가와 창문을 열도록 하더니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당황한 그는 우물쭈물하다가 수표를 꺼내 경찰관 손에 쥐어 주었다. 능청 맞은 경찰은 고개를 끄덕 이더니 거수경례를 하면서 가라고 한다. 부리나케 벗어나 방송일을 마치고 지갑을 열어본 S . 깜짝 놀라고 말았다. 10만원 짜리 수표를 준다는 것이 100만원 짜리를 준 것이었다.

액땜했다 생각한 S. 그 일을 잊고 있다가 한 달 후에 다시 차를 몰고 가다가 지난번 사건이 일어났던 곳과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앞에 가던 버스를 추돌했다. 당황한 그가 차에서 내리자 버스 운전사가 인상을 구기며 고함을 지른다. 자신은 정상 속도로 가는데 뒤에서 박았다는 것, 어쩔줄 몰라 하고 있는데 어디선 본 듯한 경찰관이 다가선다. 그러면서 운행 속도, 버스의 급정차 여부 등 양쪽 주장을 듣더니 쌍방과실이나 S씨는 30%, 버스 운전자는 70%의 책임이 있다며 화해를 하라고 종용한다.

결국 귀찮아진 버스 운전자가 떠나자 경찰관이 차에 올라타 막 떠나려 하고 있는 S씨에게 다가와 차창 안으로 봉투를 집어 넣는다. “이게 뭐예요?” “~ 이 사람 보게 지난 번 100만원 주고 갔잖아. 거스름 돈이야. 계산은 정확히 해야지. 오늘 자네 과실이 70%, 버스기사 과실이 30%인데 내가 봐 준거야. 고마운 줄 알아. 다음에 걸리면 안 봐줘하면서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선다.

당시 필자는 한창 젊은 시절이라 분개하면서도 경찰관의 행동이 유머스러워 웃었다. 뇌물을 받아 먹었지만 나름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요령을 부린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버닝썬 사태로 사태를 바라보는 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경찰총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과거 그룹 FT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도 돈 주고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십년 전부터 업소와 경찰들의 뒤 봐주기 유착 행태가 끊이지 않았다. 수없이 많는 사람들이 이런 업소에서 바가지를 쓰고 협박을 당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경을 개혁한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양 권력기관의 독선과 비리가 줄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검경수사권을 조정하자는 목적은 국민 인권을 보장하는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형편으로 보면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버닝썬 문제 뿐 아니라 김경수 지사 사건 등 일련이 사건에서 경찰이 보인 태도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30년 전 교통경찰관은 나름의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건강한 경찰관으로 보일 정도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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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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