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통수 맞은 ‘중재자 論’, 어찌할 것인가
상태바
[사설] 뒤통수 맞은 ‘중재자 論’, 어찌할 것인가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9.03.19 15:04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사진 / 대통령기록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중재자 論’이 뒤통수를 맞았다. 그것도 짝사랑 당사자인 북한에게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협상 결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남조선은 중재자가 아니고 플레이어”라고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17일 청와대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한으로 ‘바통’이 넘어왔다”고 애써 자위했지만 ‘언발에 오줌누고 있음’ 보여줬다. 최선희는 특히 우리나라는 ‘워싱턴(미국)의 동맹’이라며 이같이 발언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이 북한에서도 완전히 인정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중재자에 대한 비판이 일자 ‘촉진자(facillitator)’란 말을 들고 나왔다. 촉진자란 ‘집단에서 의사소통 돕기, 기존 체계를 연결하거나 강화하기, 자원을 전달하거나 개발하기 등으로 집단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저는 양국 간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의지들을 서로 전달하고, 또 직접 소통을 통해서 상대의 의지를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촉진자’ 역할을 정의했다. 북미 간 직접 소통을 촉진시키는 역할로 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촉진자론’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중재자나 촉진자나 ‘오십보 백보’요. ‘그 나물에 그 밥’ 에 다름 아니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사실 ‘말만 바꾼다’고 꼬집는 사람도 있었다.

옛말에 ‘중매를 잘못서면 뺨이 석대, 잘 서면 술이 석 잔’이라 했다. 그만큼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총족시키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성공하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세상 만사가 그렇듯이 3자가 나서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제간 협상(전술)은 의제별 구조적 힘의 균형을 자국에게 유리하게 변환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서 까지 중재자의 말을 들을리 없다. 결국 최선희의 이번 발언으로 그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하겠다.

사실 북핵폐기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의 ‘의사환경’이 만들어낸 조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재자는 허구의 매개체일 수도 있다. 이제 북한이 한국 정부에 손을 내밀 지는 미지수다. 남북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포함, 27차례 회담했다. 그러나 올 해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 점 역시 북한이 우리의 역할에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용가치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북한이 만약 손을 내민다면 중재자 역할이 아니라 채권자처럼 ‘감 내놔라 배 놔라’ 할 가능성이 크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가’라는 호통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김 위원장이 입은 내상을 ‘중재자 잘못’ 으로 돌릴 수 있기때문이다.

이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는 어려워졌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역시 만만치 않다. 미국의 입장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이다. 중재자론은 이제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중재자든 촉진자든 이 정부가 할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청와대가 어제 부랴부랴 “관성적 대북 협상 틀에서 탈피해야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이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 딜(small deal)’을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는 사실상 ‘단계적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다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말이 달라지는 게 예사롭지 않다. SW

jj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