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병원’이 또 말썽이다. 최근 전북 전주시의 모 한방병원이 지난 4년간 건보 진료비 34억 6000여만 원을 부정수급하다 적발됐다. 이 한방병원은 의료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위장해서 세운 ‘사무장 병원’이었다.
사무장 병원의 부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년 곪아온 문제인데 매번 고름만 짜내고 돌아섰다. 이러다보니 교묘한 수법으로 사무장 병원을 차리는 경우가 그치지 않고 부정수급 방법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과거에는 그저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수준에서 환자와 짜고 없는 병을 만드는가 하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만 골라 받은 뒤 비싼 약을 허위로 처방하며 가족이나 지인을 ‘유령 환자’로 둔갑시키고 유령 수술비·입원료·치료비·검사비 명목의 부당 진료비를 타 먹는데 까지 진화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불법 의료기관(면허대여 약국 포함)은 1531곳으로 빼먹은 건보 진료비와 약제비는 총 2조 5490억 4300만 원이다. 이는 모두 건보재정 악화로 둔갑하며 국민 주머니를 털어갔다.
사무장은 자기 돈을 투자해 의사 면허증을 빌려 병원을 운영한다. 따라서 본전은 물론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기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환자 1명당 평균 외래 진료비가 일반 의원이 12만5000원에 불과한 반면, 사무장 의원은 34만 8000원으로 2배가 넘었다. 환자 1명당 입원 일수도 8.6일과 15.6일이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수십년간 지속돼 오는데도 근절되지 앟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수사의지가 없는 건지. 수사를 해도 또 생기니 대충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요즘 ‘적폐’ 이야기를 하지만 이런 것이 진짜 적폐다. 정부는 국민들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 정치적 적폐 수사만 하지 말고 이런 적폐 수사에 진력을 다해 보라. 국민들의 박수 소리가 진동할 것이다. SW
webmaster@economic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