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벽에선 조양호와 스튜어드십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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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벽에선 조양호와 스튜어드십의 칼날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9.03.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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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사진기자협회 ·  아시아경제 강진형 기자


어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부결 소식은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 수십년 아성을 일거에 무너뜨린 충격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파장은 향후 우리 기업의 향배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그룹의 회장이 스스로 내려 온 것이 아니라 제3자에 의해 끌려 내려온 모습을 보면서 가슴 쓸어내리지 않은 오너들이 없을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행사는 문재인 정부의 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1,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여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압박했다. 앞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이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이번에 문 대통령의 바람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국가개입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전경련은 긴급 내놓은 입장문에서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 정부의 눈에 벗어나면 수십년간 공들여 키워온 회사마저 빼앗기게 된다면 오너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할 맛이 안 날 것이다. 이러다 보면 기업을 빼앗기지 않기위해 주식을 확보하는 등 무리한 행보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제멋대로 황제경영을 하는 일부 기업들의 막무가내식 작태에 제제를 가한 긍정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 그간 조 회장 일가는 여러 잡음에다 탈법 의혹도 일어났다. 그런 면에서 한 번 손보고 싶은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돈을 모아 운영하는 구조다. 적자가 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형성된 기금으로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 바람직 한가? 하는 의문도 낳는다. 기업경영권과 자율권 침해, 공시 의무 과정에서의 전략 노출, 의결자문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행사해야 하기도 한다.

스튜어드십 행사가 일부 기업을 때려 잡는데 사용된다는 세간의 우려를 없애려면 지배구조 독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대부분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니 관제 스튜어드십운운하는 말이 뒷구멍에서 나온다. 이번에도 의견이 팽팽하자 다른 분과 위원을 불러 자신들이 바라는데로 몰아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도 지나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자유경제체제하에서 시장은 시장이 알아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간여와 통제를 통한 경제 운용은 구시대 산물이다. 요즘 사법부, 입법부 모두 독립성이 훼손돼 가고 있다고 한다. 경제마저 독립성 없이 정부가 좌지우지 하게 된다면 세대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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