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고추 하나 때문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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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고추 하나 때문에…’의 추억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3.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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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90년대 초반까지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면제 받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바로 ‘정관시술’을 하는 것이었다. 각 예비군 훈련장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고추 하나 때문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의 표어를 단 대한가족계획협회와 보건소 직원들이 나와서 인구가 넘치는 우리나라에서 애국하는 길은 ‘적게 낳아 잘 키우는 것’이라면서 정관수술을 통해 가족계획을 하라고 홍보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떤 사람들은 고달픈 예비군 훈련을 빠지기 위해 우르르 몰려 나가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정관수술을 해주는 병원으로 갔다.

'고추하나때문에' 포스터. 나중에 무슨 사연인지 '아들 하나 때문에'로 바뀌었다. 사진 / 대한가족계획협회

 여자들을 대상으로는 가족계획협회 요원들과 보건소 가족계획부서원들이 새마을 부녀회나 동네 모임, 학교, 공장, 회사 등을 돌면서 난관시술을 홍보했다. 마을 단위별로 ‘가족계획어머니회’를 조직하여 박차를 가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간편한 정관시술 대신 난관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더 많았다. 마초히즘 남성들이 아내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1960년 대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약 3% 수준으로 합계출산율은 6.3명에 달하였다. 그러자 정부는 자녀를 적게 낳는 정책을 폈다. 1976년부터 두 자녀 가구는 소득세가 감면됐고 자녀를 1-2명 낳고 정관·난관시술을 하면 공공주택 할당 및 금융대출에 우선권을 주었다. 영세민들은 지원금을 주었다.

가족계획사업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으나 근대적 출산조절 보편화는 물론, 인구 감소에 이바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소가 웃을 일이지만 당시에는 인구 증가가 국가에 큰 부담이 되었다.

어제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올해부터 시작돼 2029년부터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예상한다.

젊은 세대들은 무조건 안 낳는게 능사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젊은 세대가 짊어질 부분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같은 혜택은 줄어들고 각종 세금 등 부담은 증가한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간다. 좀 힘들더라도 애국애족하는 마음으로 노력하자.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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