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근로자 목소리 없는 '탄력근로제 논의',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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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근로자 목소리 없는 '탄력근로제 논의', 의미 없다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9.04.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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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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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여야가 지난 3일 탄력근로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며 3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를 계속하는 동안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을 반대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과 충돌 끝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33명이 연행됐다 석방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4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기간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탄력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 52시간을 엄격하게 지키기 어려운 사업장을 대상으로 일정 기한을 두고 바쁠 때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대신 여유 있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평균 근로시간을 맞추는 식이다.
 
4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주 52시간 근무를 완전하게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탄력근로제를 통해 기업의 불이익을 막아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문제는 탄력근로제 기한을 얼마나 잡느냐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당초 3개월로 정해졌지만, 경영계의 반발이 있었고 결국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이하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경사노위 합의안대로 6개월을 기한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기한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기한을 확대한 것 자체가 '개악'이라면서 경사노위 참여조차 하지 않은 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대의원회의에서 "경사노위 안 재논의와 관련된 토론보다는 투쟁의 결의가 필요한 때"라며 앞으로의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도입의 경제적 효과 토론회'에서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은 "탄력근로제 단위시간을 1년으로 늘리면 일자리가 약 29만 개 늘어나고 임금소득도 4조 원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없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일자리가 40만 1,000개, 임금소득이 5조 7,000억원 감소되지만 단위시간을 1년으로 확대한다면 일자리 감소폭이 11만 4,000개, 임금소득 감소폭이 1조 7,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설정할 때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된다"면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한다고 밝혔다. 이 토론회의 주최는 자유한국당의 김종석, 임이자 의원이었다.
 
그러나 단위기간 연장은 기업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일 뿐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릴 시 주당 64시간씩 6개월 일을 시킬 수 있는데 이 주 64시간 근로가 산업재해 규정상 '과로' 수준이라는 것이다. 
 
즉 탄력근로제 기한이 늘어나는 것은 근로자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고 도리어 노동 시간 증가를 법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시민단체들이 경사노위의 합의를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근로자의 저녁이 있는 삶'과 '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좌우할 탄력근로제 논의가 정쟁의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와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논의와 합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신들의 주장만 말하다가 결렬되는 상황의 연속이다. 특히 가장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없다. 국회가 민심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의 행동도 근로자를 대표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역시나 자신들의 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하다. 스스로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이라면 마찬가지로 근로자들 곁에서 목소리를 전해야 하는데 지금의 민노총은 이들과 떨어진 채 '우리 목소리만 높이면 되는' 모습만 보인다. 이것 역시 도움이 될 수 없다.
 
한 방송사 뉴스에서 이런 멘트가 나왔다. "국회에선 정쟁 거리가 돼버렸지만, 탄력근로제는 누군가의 생명과 생존을 결정하는 문제다". 지금의 정치권과 민주노총이 알아야 할 부분이다.
 
기업과 근로자가 공생하는 방법. 지금은 그것을 찾기 위해 목소리를 듣고 같이 의논해야 한다.  근로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지금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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