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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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떠올리며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9.04.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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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왼쪽)와 맥도날드. 최근 이 두 기업에서 일어난 문제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사진 / 스타벅스.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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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채원 기자] 기업의 흥망을 이끄는 것은 바로 소비자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기업은 소비자가 그 기업의 제품을 사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가 돕지 않으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그렇기에 기업은 소비자를 위한 행사를 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것은 기업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이미지'라는 것은 세우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태산도 흙 한 줌이 모자라면 무너지는 법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반드시 지켜야하는 이유다.
 
최근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직원이 성추행을 신고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곳에서 계속 일하게 한 스타벅스와 수년간 덜 익은 패티 조리로 '햄버거병'을 양산하고 햄버거를 먹은 4살 아이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맥도날드다.
 
스타벅스의 경우 자체 매뉴얼에는 성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먼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다음 날부터 가해자를 다른 곳으로 파견 조치해야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매뉴얼을 어기고 말았다. 문제 제기 후 스타벅스가 취한 행동은 두 차례 면담 뿐이었고 피해자는 가해자와 무려 2주간 근무를 같이해야했다. 이후 가해자는 정직 처분을 받았는데 이 사건이 아닌 다른 성추행 사건 때문이었고 그것도 그 사건이 알려진지 7일 만에 결정됐다.
 
"지나가다 가해자와 비슷한 얼굴만 봐도 심장이 뛰곤 했는데 가해자는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이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것이 불안하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성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피해자의 불안감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컸고 스타벅스는 그 불안감을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증거 확보 및 관련 조사 등에 시간이 소요됐다. 인력이 부족했던 부분도 있었다"면서 "근무 시간이 겹친 부분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사전 예방 및 사후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4살 아이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뒤 피해아동의 어머니가 한국맥도날드를 고발했지만 법원은 "맥도날드 햄버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현재 피해 아동의 어머니와 시민단체 등은 재수사와 국가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맥도날드는 "아픈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깊이 위로드린다. 한국맥도날드는 어린이의 건강이 회복되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고 현재도 변함없다"면서도 "사법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당사의 제품 섭취가 해당 질병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움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식품 안전은 한국맥도날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자신들의 덜 익은 햄버거가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에서 계속 증거 불충분 불기소라고 통지를 받았다. 맥도날드는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 다시는 그 누구도 어느 기업도 돈 때문에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그런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되고 또 용납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꼭 재수사, 단체 고발에 대한 수사 모두 다 제대로 돼서 그 책임자들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밝힌 피해 아동 어머니의 단호한 목소리를 맥도날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지켜야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 현실상 어려운 점이 많다', '우리 회사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혀지지 않았는데 왜 책임을 져야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고 하나하나로 이미지를 결정한다. 항상 조심해야하는 이유다.
 
스타벅스는 2,30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성 문제'에 민감한 세대다. 자신들이 찾은 스타벅스가 성추행범을 옹호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붙는다면 이들이 스타벅스를 찾기 꺼려할 것이다. 맥도날드는 어떤가? 가족이 모두 모여 '해피밀 세트'를 먹으며 즐기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아이가 병이 났는데도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가족과 함께 맥도날드를 찾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것을 생각해야한다. 
 
설혹 기업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내가 잘했다 잘못했다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만약 제때에 피해자의 호소를 들어주고 매뉴얼대로 처리했다면, 맥도날드가 법적 잘잘못을 떠나  진심으로 아이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돕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는 더 향상됐을 것이다.
 
"위법 여부는 경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성범죄에 대한 사회 인식과 함께 팬덤 구성원이 여성인 상황에서 더 이상 그의 활동을 수용하고 소비할 수 없다". 최근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로이킴의 팬들이 퇴출을 요구하며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어쩌면 이 글은 스타벅스를 애용하던 2,30대 고객들, 맥도날드를 애용하던 가족 고객들이 기업을 향해 던질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이 다시 요구되는 지금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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