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털면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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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털면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9.04.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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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및 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단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검찰 수사단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전 차관 자택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사무실 및 경찰청 디지털 포렌식 센터 등이 포함됐다. 사진 /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추정되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 구속영장이 기각됐기때문이다. 이 사건은 국민들은 물론 검찰과 법원, 경찰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사안이다.

그 이유는 이 정부 들어서 유난히 자주 들리는 과잉 수사’, ‘별건 수사때문이다. 이는 특정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이와는 관련 없는 사안을 조사하면서 수집된 증거나 정황 등을 이용해 원래 목적의 피의자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수사방식을 말한다.

이재수 전 사령관은 과잉수사로 자살했다는 의혹이 많다. 그는 2014년 기무사 내에 '세월호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유가족 동향을 사찰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실질 심사에 자진 출두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채우는데 모욕감을 참지 못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가 엉뚱하게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찬주 전 육군대장 경우도 별건수사의 대표적 게이스다. 이리저리 다 였었지만 벌금 400만원과 184만원 추징금을 내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이 정도 사건을 가지고 수십년간 군에서 복무한 육군대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지나치다 아니할 수 없다.

김경수 경남지사 소개비로 드루킹에게 200만원을 받은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도 댓글 공작과는 상관없는 일로 엮었다. 송 비서관이 2011년부터 5년간 충주의 한 골프장에 고문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불법정치자금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등으로 곤욕을 치른 조양호 대한항공 집안과 회사에 대한 수사도 과잉·별건 수사라는 세간의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영장전담 판사는 윤중천씨 구속영장 기각사유에 대해 수사를 개시한 시기와 경위,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혐의의 내용과 성격, 주요 범죄 혐의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어렵다고 했다. 이쯤되면 개인 사건으로 윤씨 신병을 확보해놓고 본건(本件)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이라 주장하는 윤씨 측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먹혀 들만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과잉 수사를 방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무슨 죄라도 탈탈 털어 반드시 건수를 올리고야 말겠다는 수사관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인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칙대로 수사하는게 어려운지 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관행을 버리면 또 다른 묘수가 생겨나는 법이다. ‘털면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걸린 죄만 심판하자.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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