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인 일회용품 구입 지원' 보이지 않은 헛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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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 일회용품 구입 지원' 보이지 않은 헛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4.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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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는 세상' 장애인들의 외침이다. 사진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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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3월말, 서울시는 "2년 연속 중증 뇌병변장애인 일회용품(대소변 흡수용품) 구입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보행 및 일상 동작이 어려운 중증 뇌병변장애인에게 일회용품 구입을 지원했던 서울시가 올해도 지원사업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중증 뇌병변장애인 일회용품 지원사업'은 평생 동안 대소변 흡수용품을 사용해야하는 장애 당사자는 물론,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라면서 "지난해 서울시 10대 뉴스에서 3위로 선정되는 등 시민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았고 경제적 부담 경감은 물론 질좋은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도 매우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일회용품 구입비 지원은 뇌병변 당사자 및 가족들의 요구로 2016년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뇌병변장애인 중장기 지원계획'을 발표했고 2017년부터 서울시가 당사자, 부모, 전문가, 서울시 담당자 등으로 테스크포스 팀을 꾸려 준비를 해 온 결과가 뇌병변장애인 일회용품 구입 지원이었다.
 
협회는 이번 지원의 문제점으로 연령을 34세로 제한한 것과 지원 근거로 수정바델지수(뇌신경계 환의 주된 증상인 마비의 정도 및 범위, 불수의 운동의 유무 등에 따른 팔, 다리의 기능저하로 인한 보행 및 일상생활동작(활동)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검사) 배뇨 배변 조절능력이 들어간 것, 서비스 대상자를 1천명으로 제한한 것을 들었다. 
 
다시 서울시의 지원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서울시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의 경제 부담을 줄이고자 1인당 월 최대 5만원의 '일회용품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5만원 한도 내에서 매월 일회용품 구입비의 50%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서울시 거주 만 5~34세 이하의 뇌병변장애인 중 항상 일회용품을 사용해야하는 사람'으로 신청 접수 후 1천명을 선정해 지원하며 일상생활동작검사서 중 배변조절과 배뇨조절 능력이 2점 이하인 자에 대해 지급하기로 했다.
 
협회 측은 나이 제한, 인원 제한과 더불어 배뇨 배변 조절능력을 지원 근거로 제시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뇌병변장애인의 가장 큰 괴로움은 '조절'이 아니라 '활동'이라는 것이다.  즉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배뇨 배변 후의 뒷처리 과정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수정바델지수는 지난 2011년 복지부가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연금 시행을 앞두고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와 장애연금 신청자에 한해 장애재판정을 하기로 하면서 뇌병변장애인의 장애등급 재판정 도구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것을 서울시가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김태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국에서는 수정바델지수를 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살펴보고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데 우리나라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주느냐 마느냐하는 평가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지원 정책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하려보니 수정바델지수를 적용해 2011년 복지부가 한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활동의 문제가 아닌 조절의 문제로 지원자를 가린다는 것은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인원을 줄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중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은 맞지만 시작부터 범위를 한정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원제도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단계별로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이제 1년도 되지 않았다. 예산의 문제도 있었고 확실한 수요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기준도 의학적인 기준에 맞춰 '이 정도면 지원 대상이 될 만하다'는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 점차 단계별로 지원 대상을 넓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조절 문제가 아니라 활동 문제라는 장애인들의 의견도 들었다. 이게 타당하다고 하면 반영할 수 있다.  진행하면서 이용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당사자, 부모들과도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꺼번에 다 고치기는 어렵지만 점점 개선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 뇌병변장애인은 3월말 현재 41,801명으로 전체 장애인(392,920명)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체, 시각에 이어 3번째로 많다.
 
또 뇌병변장애인 10명 중 6명은 중증으로 대부분 언어 및 지적 등 중복장애와 만성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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