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도 바꾸지 못하는 사회복무제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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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도 바꾸지 못하는 사회복무제도 폐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5.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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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병무청 “ILO 협약 비준돼도 사회복무제도는 계속 운영할 것”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ILO 100주년인 6월까지 강제노동 금지 등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해 사회복무요원의 강제노동 문제도 시민사회 여론에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방부와 병무청은 “제도 폐지는 곤란하다”며 사회복무제도를 현행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 / JTBC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여부가 다가옴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강제노동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국방부와 병무청은 “폐지는 곤란하다.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한국 정부에 ILO 창립 100주년인 오는 6월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모든 ILO 협약을 비준해야 하는 국제적 약속의 의무가 있다. 이 약속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강화된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게 올여름 말까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 징용의 나라...가까운 강제노동, 먼 ILO 협약 비준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보충역 처분을 받는 사회복무요원은 이후 행정과 사회복지 업무로 나뉜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일부 사회복무요원은 복지 관련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시설 사회복지사로부터 혐오 업무가 동반된 치매 노인 수발을 강요받는다는 이야기가 온·오프라인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다훈(25) 씨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지난 2016년 10월 지역 동사무소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행정업무 보조를 맡았다. 그러나 이 씨가 겪은 현장은 단순 업무보조 수준을 넘어 개인정보 접근 등 원칙적으로 행정적 권한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에게 업무를 전가시키는 등 직무태만과 과중 업무가 만연한 실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사회복무요원은 군으로부터 의식주를 제공받지 못하는 데다 현역병의 봉급에 해당하는 평균 30~50만원의 월 보수를 받는 실정이다. 생계가 곤란한 사회복무요원에게는 겸직금지를 완화한다 할지라도 사회복무요원으로서는 노동에 대한 보수가 군과 달리 높은 시장 물가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병역제도 목적과 관계없는 노동의 강제 수행과 비효율적 행정·복지서비스 인력 운용, ILO 핵심협약에도 어긋나는 사회복무제도의 문제점을 느낀 이 씨는 헌법재판소에 병역법 시행령 62조가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2월28일 직무수행 차이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 보며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재판관 전원 일치 합헌 결정으로 기각했다.

이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애매하고 모호한 규정이 사회복무요원에게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게 만든다”면서 “사회복무요원 관련 헌법소원에 사회복무요원 본인들이 이를 알고 참여하기에는 90일 이내 청구라는 짧은 조건 때문에 각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 결정은) 기득권 시각에 맞춰져 있다고 본다. 전원 일치의 기각 결정은 힘없는 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아닌가. 여전히 사회복무요원은 몸이 불편하거나 소위 ‘꿀 빠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사회복무제도는 명백한 강제노동이다. 시민사회가 실상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 “갑질·폭언 사각지대에도 문제아 취급당해”

징병제와 강제노동 얽힌 사회복무제도라는 복잡한 실타래에 대해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ILO 문제는 사회복무요원뿐만 아니라 의무경찰, 의무소방을 비롯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모든 형태의 대체 복무도 ILO에 저촉될 수 있다. 이 부분은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무요원 복무기관이 많다. 복무상 괴롭힘, 갑질 피해 등을 당하고도 구제를 청하거나 고통을 호소할 기관이 병무청, 관리기관 모두 떠넘기기 문제로 대응해 실태 점검이 잘 돼 있지 않다”며 “고충 관리 기관이 병무청이나 사실상 인사관리는 파견된 복무기관이 해 갑질, 폭언, 부조리에도 전출 불안 등이 있어 문제아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ILO 협약 비준에 따른 군의 사회복무제도 대응과 관련해 관계자는 “징병제를 택하는 현실을 무시할 순 없으나 군은 난감해 하기만 할 뿐 때로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 국방부·병무청 “비준 가입돼도 사회복무제도 계속 운영”

ILO 협약 비준 압박이 가시화되자 온라인상에서는 협약 비준에 따른 사회복무제도 폐지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이 생기고 있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수십 년간 요지부동이던 낙태죄도 헌재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기에 국제법에 따른 ILO 협약 비준을 통한 사회복무요원제 폐지도 가능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온라인 답변 및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ILO에서는 협약 적용 시 일부 사항에 대해 협약범위 제외를 적용하고 있으며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 강제노동 예외 적용 인정을 위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제도 폐지 여부는 국방 안보정책, 병력자원 수급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에 폐지는 곤란하다. 비준 가입이 되더라도 사회복무제도는 계속 운영될 예정”이라 답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방부의 입장도 병무청과 동일하다. ILO 협약 적용시 특정한 경우에는 협약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제도 폐지 여부는 병역 의무 형평성 등 문제로 곤란한 상황”이라 입장을 밝혔다.

◇ 강제징용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다훈 씨는 “한국 정부는 ILO 핵심 협약인 87호(단결권 보호),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을 비롯해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29호, 105호에 비준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를 직접 입은 당사국이 강제노동 금지의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과 다름없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 징병 제도가 1969년 방위병을 시작으로 공익근무요원, 사회복무요원 등 여러 변모를 거쳐 온 이래 왜곡된 강제 노동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겨져 있다. 정부는 다가오는 ILO 핵심 협약 비준으로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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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kim 2020-02-08 17:14:26
이런 기사 정말 많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김용빈 1970-01-01 09:00:00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꼼수쓰는 정부덕분에
정몽주니어 1승

ㅁㅁ 1970-01-01 09:00:00

어메이징 코리아

감사합니다 1970-01-01 09:00:00

소수의 입장에서 꼰대들을 향해 기사를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ㅎ 1970-01-01 09:00:00

감사합니다 기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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