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기밀 유출...뚫린 靑 보안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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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기밀 유출...뚫린 靑 보안 언제까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5.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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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 국가 정상의 방한 일정을 주장하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 일축했다. 그러나 청와대 감찰 결과 현직 외교관에 의한 외교 기밀 유출인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는 지난해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정보 유출에 이은 정보 보안 문제로 비판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로 지난해 국가재정정보 유출에 이은 청와대 기밀 보안 지적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강 의원은 국회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5월 한국 방문 관련 정보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에 당시 청와대는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 일축했으나 강 의원은 “외교소식통을 통해 파악된 근거 있는 사실”이라 강조했다.

국가 정상의 방문 일정이라는 외교 기밀을 청와대가 아닌 야당 의원이 밝혀 외교 기밀 유출이라는 파문이 일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합동 감찰을 벌였다. 그 결과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인 K씨가 통화로 강 의원에게 해당 정보들을 여러 번 넘겼다는 사실이 지난 22일 JTBC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외교 기밀 유출은 국회와 청와대를 뒤흔들고 있다. 당장 정부여당은 책임자와 소속 당에 강하게 반발하고 한국당은 이를 새로운 대정부 투쟁의 장으로 열려 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청와대로 보이는데, 현 한·미 정부가 중대 과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북 문제 작업에 외교 안보 신뢰도가 타격을 입었다는 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가 정상 간 긴밀한 외교 현안 논의는 당사국 간 외교관계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북미 정상회담 등 민감한 현안이 다뤄짐에도 이번 외교 기밀 누설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향후 정상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재발 방지와 법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밀 누설행위를 배후에서 조종·공모한 강 의원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의원 면책 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면서 “강 의원의 범죄행위에 기대 정치공세로 동조하는 한국당도 그 책임이 크다”고 법적 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다.

반면 한국당은 K씨를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로 작업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서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받아쳤다.

논란의 당사자인 강 의원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밝힌 일을 갖고 공무원을 압수 수색 해 조사한다는 것은 야당 의원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9일 반박을 근거로 “국민을 속이려는 거짓 브리핑에 청와대가 스스로 자인했다. 청와대는 저와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의 이번 외교 기밀 유출은 3급 기밀에 해당하는 국가 정상 간 통화 내용으로 형법상 외교 기밀 누설과 공무상비밀누설죄, 누설을 목적으로 한 외교 기밀 탐지 수집에 해당한다.

그러나 강 의원에 대한 처벌보다 청와대로서는 강 의원과 한국당의 공세가 사실에 근거한 데다 초기 사실무근이라 강하게 부인했다는 점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밀 유출이라는 외교 안보 신뢰도 저하와 이로 인한 미국 측의 항의 가능성으로 인해 향후 한미 외교 안보 라인에 있어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이달 말 방한 요청을 한 것이 이번 유출로 인해 방한 시점 연기로 갈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북·미 대화 속도를 높이려는 한국의 시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인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기밀 유출 파문은 지난해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정보 무단 유출로 논란을 일으킨 데다 올해 들어 두 번째에 접어든다. 이미 청와대는 지난해 9월 심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등 주요 미공개·미인가 정보 유출로 청와대는 정보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는 국가 기밀 유출이 해킹 등 비정상적·공격적 시도가 아닌 외교부 현직자가 3급 기밀을 제1야당의 대정부 공세 도구로 넘겨졌다는 사실로 인해 향후 청와대는 보안 불안과 이로 인한 파생되는 문제에 수습만 급급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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