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공문이 지핀 사회복무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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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공문이 지핀 사회복무제 폐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5.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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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무청에서 각 지방 병무지청과 사회복무요원 복무기관에 발송한 사회복무요원 관련 공문의 내용이 폭로됐다.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비판이 들끓자 병무청은 “현직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사례로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 해명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병무청이 사회복무요원들의 내부고발을 막는다는 공문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사회복무요원만 제외되고 있어 불만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회복무요원의 사회복무요원과 복무기관 담당자 등 관계자만 접속이 가능한 사회복무포털에 게재된 공문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공문에는 병역법에 따른 법적 근거와 함께 “최근 사회복무요원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부적절한 언론보도로 인해 성실하게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의 사기저하·불신이 초래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해당 조항 하단에는 “회복무요원의 복무기강 확립을 위해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하라”라는 지시와 함께 ‘디시인사이드 공익갤러리, 일베, 루리웹 등 인터넷 사이트에 사회복무 관련 부적절한 글 게시 금지’라는 경고성 지시를 적었다. 심지어 ‘근무기강 문란 행위 확인된 경우 경고처분(5일 연장복무)’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있었다.

이 같은 내용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네티즌은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 또는 “표현의 자유 침해 및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을 경고하는 것”이라는 비판 등 강한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에서는 “전체 공익 중 30% 이상이라도 총파업해 광화문에서 집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병무청 “관리감독 강화 위한 것 오해해”...정작 정정 공문 여부는 '회피'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공문은 병무청 본부 사회복무관리과에서 발송한 것이 맞으나, 과거 일부 사회복무요원이 소속기관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유포해 형사 입건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 성실복무를 유도하기 위한다는 관리 강조 공문”이라 해명했다.

해당 공문에 병무청이 해명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관계자는 “지방병무청이나 복무기관이 본부에 공문과 관련된 문의는 할 수 있다. 본부는 회의를 통해 수시로 공문에 대해 소통한다. 이 문서에 어떤 오해의 소지가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나 차후 정정공문을 낼 예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회피했다.

온라인상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오해다. 사회복무요원 이전에 국민이다. 온라인상이나 사회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라며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이나 말을 너무 포괄적으로 쓰다 보니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이라 답했다.

공문 상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에 대해서는 “몇몇 사이트가 개인정보 유포 사건과 관련이 있어 예를 든 것”이라 덧붙였다.

공문의 내부 유출과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문서 게재로 인해 사회의 일반적인 공익을 해한다면 관련 조치는 있겠으나 그것이 게재되지 못할 일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지 않겠는가. 여러 복무기관에 나갔으니 대외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30일 오후1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현직 사회복무요원 수십여 명은 사회복무요원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다훈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사회가 강제노동의 실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제보자 이다훈 씨 제공

◇ “정부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 강제노동 포장이자 국제 사회 기만”

이와 관련 30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전·현직 사회복무요원 수십여 명이 사회복무요원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헌재에 사회복무요원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던 이다훈(25)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하며 제도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씨는 기자회견에서 “1969년 방위병 도입 후 병역제도의 목적·취지에 맞지 않으면서 수천억 규모의 국고손실은 만연한 사회복무요원이라는 강제노동제도가 오늘날까지 400만 명의 신체 불편한 20대 남성들을 핍박하고 있다”며 “행정관서·복지시설 업무보조에 투입되는 사회복무요원은 보조를 넘어 업무 자체를 전가하고 있다. 신체등위 4급 판정을 받은 약자에게 약자를 돌보라는 모순적 행위이자 폭력적 행위”라 밝혔다.

이어 “보수마저 최저생계비에도 현저히 못 미치게 지급해 헌법소원 청구도 했으나 기득권적 시각에서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수호를 외면·방치했다”며 “기득권의 이기심과 특정집단의 무차별적 혐오로 20대 남성의 인권은 바닥까지 추락해 인권상실 위기에 놓여있다.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힘없고 착취당하는 20대 남성이 아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적 이익으로 남용하는 정치권”이라 외쳤다.

이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일 집회에 어느 기자도 취재하러 오지 않았다. 시민사회가 강제노동 실상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느꼈다”며 “한국은 20년 간 사회복무요원제를 유지하면서 ILO 사무국에 협약 비준을 신청해온 것은 명백한 강제노동을 포장하려는 행위이자 국제사회를 기만하려는 것”이라 비판했다.

병무청의 공문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 이를 제한하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문 논란은) 현 제도와 병무청이 사회복무요원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관리해야 하는 물적 대상으로 본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 강조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강제노동금지 핵심협약 미비준 국가 명단 중 대한민국이 속해있는 모습. 사진 / 국제노동기구(ILO)

◇ ILO 핵심 협약 사각지대...군인도, 완벽한 민간인도 아닌 청년들

사회복무요원은 병역법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 제27조에 따라 정치적 목적을 지닌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인 시위를 포함한 모든 시위나 운동을 조직·참가할 수 없어 사회복무요원제 폐지를 요구하는 현직 사회복무요원들의 목소리는 위축되기 쉬운 실정이다.

사회복무요원은 현행 제도로 인해 업무는 공무수행으로 분류되고 보수는 군인 봉급 기준을 따라가나 처벌은 병역법에 따른다. 이로 인해 사회복무요원은 명목상으로는 민간인이면서 그 대우는 군인이 아닌, 보수는 근로자 만큼도 아닌, 정치행위는 금지된 기형적인 신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병무청 공문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과 사회복무요원제 폐지 요구는 이러한 기형적 신분·제도가 누적시켜온 불만이 근원적 이유라 볼 수 있다. 여전히 한국은 ILO 핵심 협약 중 강제노동금지 조약(29호, 105호)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ILO 협약 비준 추진계획을 밝혔으나 정작 강제노동금지 협약은 제외시켜 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을 한 일본 정부에 대해 강제노동에 대한 사죄 및 배·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현존하는 사회복무요원을 비롯한 의경 등 강제노동 실태에 대해서는 외면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실태로 인해병무청의 이번 공문 논란도 강제노동에 대한 불만까지 억누르려한다는 여론으로 번졌다 볼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제도 폐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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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kim 2020-02-08 17:05:12
폐지가 맞지. 솔직히 현역병들은 거의 2년간 자유박탈로 가둬놓고 장교들 노예로 부려먹고, 공익은 신체나 정신 둘 중 하나가 현역으로 가기엔 수행이 안될 정도의 약자들인데 그 약자들을 월급 10만원 많아봐야 50만원 줘가면서 노예처럼 강제로 부려먹고 있지. ILO에서도 인정한 강제노동이잖아?
근데 20대남성들 어떻게든 노예로 부려먹으려고 협약 비준 기피하고 폐지 안하고 있는 거잖아?
거기다 현역이고 공익이고 그 제도들 둘 다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다며?

그래놓고 창녀들에게는 성매매 불법이라면서 2000만원씩 생활비 지원해준다는 나라라니, 정말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ㅈ 같은 나라구나 ㅅㅂ

ㅇㅇ 1970-01-01 09:00:00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나라맞네 징병률 99%찍겠다 준장애인들까지 끌어다 쓰려고 공짜인력 놓치지 못하는 미개한 유사국가. 청춘을 버리고 나라에대한 애국심이 1도 생기지않는다. 그만한 보상도 없을 뿐더러사회진출만 늦어짐.결국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2년이란 공백기가 생기는건 같지만 노예들 사슬자랑하듯이 남자끼리싸우는건 아니라본다.
이런 현대판 강제노동 없어져야 마땅하다

Edminsang98@gmail.com 1970-01-01 09:00:00

인정합니다 공익 사회복무 폐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공익 사회복무제도 Ilo29호 완벽히 위배하여 우리나라 노동후진국이라는 것을 유럽에 알리는 것이며 공익 사회복무 폐지해야 우리나라 이미지 좋아진다

건왕 1970-01-01 09:00:00

후속기사 원합니다.

ㅇㅇ 1970-01-01 09:00:0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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