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소득주도성장론은 ‘거짓 나침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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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소득주도성장론은 ‘거짓 나침반’ 아닌가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6.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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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대국민 연구성과 보고회 '국책연구 국민에게 묻고 새길을 찾다' 개회식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현철 대통령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전 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종석 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 홍장표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강신욱 통계청장.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는 독일 연방공화국 연방경제장관과 수상을 역임했던 루드비히 에르하르트가 만든 용어다. 그 토대는 질서 자유주의. 독일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과 히틀러의 파시즘 등 두 번의 반동 이후에 질서 자유주의라는 철학을 만들었다. 그 지향점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손을 잡고 회사일을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복지에 힘을 줘 빈곤층과 저소득층을 배려한다. 원래는 자유주의적인 완전 경쟁시장과 독과점이나 불공정 행위를 제외한 시장 메커니즘, 시장경제 흐름에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으나 많이 변질돼 가고 있다.

이 모델은 시행한 국가들(주로 유럽)의 정책이나 시스템 운용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형태와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식 모델과는 분명히 구분되며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케인즈(유럽식 공급론자)학파와 시카고학파(미국식 자유시장경제)로 구분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기독교 민주주의 정당이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받아들여 한세대를 풍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경솔하고 생각없이 시행했던 프랑스, 독일 등에서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모두 한 발 물러섰다. 나중에 뛰어든 그리스는 국가부도까지 맞았고 스웨덴도 진퇴양난이다. 포퓰리즘 까지 동반한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 같은 일부 남미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에르하르트 역시 자신이 만든 용어이지만 나중에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용어가 얍삽한 권력자에 의해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무분별한 세금 퍼붓기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었기때문이다.(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저서 'state craft' 에서 인용)

시장은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존재하려면 서로 규칙을 받아 들이고 상호신뢰의 벽돌을 쌓아야 한다.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사기나 폭리, 카르텔 등을 규제하는 규칙과 법을 정해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시장은 국가의 힘을 은근히 제한한다.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은 개인이며 물가는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예측 불능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근무시간을 제안한 조치가 고용에 도움이 되었는가를 조사한 한 자료에 의하면 평균근무시간이 감소됐지만 실업율은 반대로 치솟았다.(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통계로 실증분석한 최근 자료에서도 최저임금 1% 인상은 실직자 1만명을 양산하고, 결국 소득 하위 1분위 근로소득을 급격히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조기 퇴직프로그램 역시 청년실업율을 낮추기 보다는 퇴직자를 부양하는 복지세 인상으로 경제에 짐을 실어주었다.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은 안정과 평균화를 끈질기게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기업가 정신의 기를 꺾어버리는 그리하여 전반적인 하향 평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데 대처의 주장이다.

독일은 올해 상반기에 1215억유로(157조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 호조가 기업 이익을 증가시키고 이는 내수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수출 주도형 경제로 정책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매년 크게 쇠퇴하고 있는 프랑스는 고용률이 독일, 영국보다 거의 10% 가량 더 낮다. 에마뉘엘 마크론 대통령이 지난해 경제적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노동자들의 반발로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W 란 세계경제성장연구소 총재는의료, 교육, 식량, 주거의 비용을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사람들은 이런 복지를 공짜라고 이야기하고 지식이 짧고 게으른 인간들이 얼씨구나 하고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타인들의 노동을 훔치는 것이다고 갈파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이 거짓 나침반에 의한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볼 때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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