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묻다⑫] 정춘숙 “모든 사회적 소수자 위한 것이 바로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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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묻다⑫] 정춘숙 “모든 사회적 소수자 위한 것이 바로 페미니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6.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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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변인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나 국민들께 꾸밈없이, 충분히 원내의 이야기와 정책 설명을 잘 전달하고 싶다”며 원내대변인 소감을 밝혔다. 사진 / 이용우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십년 간 ‘여성의 전화’에서 수많은 여성 문제를 상담 받고 해결하며 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과 노인, 아이들을 위한 대안을 연구했다. 지난달 당 원내대변인으로 임명돼 동분서주하는 정 의원에게 대한민국 정치와 페미니즘의 현위치를 물었다.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의 원내대변인으로 임명된지 한달 조금 넘었다. 소감을 듣는다면.

굉장히 바쁘다. 개인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닌 원내대표와 함께 당 원내의 일들을 이야기하다보니 그렇다. 둘째는 대변인이지라 당의 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목소리로 인해 조심스러워졌다. 평소 성격은 동그라미·세모·엑스가 있다면 분명히 이야기 하는 사람인데 지금은 (원내대변인 직책으로 인해) 말을 조심스럽게 에둘러서 하거나 아끼게 된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부담도 있으나 세상의 모든 일을 알아야해 한편으로는 공부가 굉장히 많이 되고 종합적인 사고관을 갖게 한다. 원내대변인의 각오로는 원내 상황들을 국민께 잘 전달하고 싶다. 정책의 경우 전달이 부족하거나 어려운 부분도 있어 이를 쉽게 국민께 말씀드리고 가능하면 꾸밈없이, 충분히 설명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 드리고 싶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의 ‘걸레질’ 막말 이후 취재진과 함께 국회 바닥에 앉는 ‘바닥 브리핑’ 모습이 반짝 화제를 끌었다. ‘막말정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저는 막말정치를 매우 싫어한다. 관계가 어떨지 모르겠으나 국문과를 졸업하기도 해 고운 말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말은 매우 무겁다. 대변인을 맡다보니 정치인의 말이 가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많이 생각하게 된다. 더욱이 당의 주요한 역할을 맡으신 분들은 그 말의 무게가 더욱 큼에도 막말을 쉽게 하는 것은 비판과 막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논리적 근거를 갖고 냉철하게 사물을 분석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상대 인격을 폄하하는 것은 상대 인격에 상처 내는 것이지 자신의 설득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 본다. 

땅바닥 브리핑과 관련 제가 정치를 오래해보지 않아 (당시 행동은) 특별한 계산을 하고 한 행동이 아니다. 걸레질 발언 이후 (취재기자와의 질의응답을 위해) 나가보니 밖에 (기자들이) 쫙 앉아있었다. 그럼에도 아무 일도 없었듯이 (평소처럼) 하는 것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주변 의자도 몇 없기에 그냥 국회 바닥에 앉은 것이다. 이런 모습의 사진이 알려져 화제가 됐으나 처음부터 의도한 행동은 아니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패스트트랙 정국,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정상화 등 일련의 국회 이슈에 대해 “안타깝고 답답하다. 한국당에게는 공동의 국가경영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갖는다는 의식이 없어 보인다. 국정운영을 함께 할 국정 파트너로서의 개념을 느끼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문재인 정부 3년차 집권여당의 원내대변인으로서 패스트트랙 정국,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정상화 등 최근의 국회 이슈에 대해 총평한다면.

굉장히 안타깝고 답답하다.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하는 모습들이 과연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일까 의문이 든다. 추경 제출이 50일을 넘었고 국회 문이 안 열린지 75일째다. 이것들은 정치 혐오와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여야를 막론한 것이기에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 과정을 보며 한국당은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다시는 못 볼 것이라 기대한 동물국회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민주당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 등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해 각 당 원내대표들이 서명 했음에도 한국당은 이를 다 무시하며 정개특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여야 4당은 (한국당이) 할 마음이 없다고 보고 논의를 강제하기 위해 신속처리안건에 올린 것이다. 신속처리안건이란 그 안대로 정하라는 것이 아닌, 기간이 있으니 이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국민께 부끄럽다. 

다른 하나는 경제문제다. 이미 작년부터 세계경제 하방리스크가 압력이 심해 이런 부분은 객관적 사실로 보고 공동대응하며 잘못된 정책은 비판·수용해야한다. 그러나 한국당에게는 공동의 국가경영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갖는다는 의식이 없어 보인다. 국제경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반기 미국 금리인하 움직임에 국제 패권 싸움인 미·중 무역전쟁까지 있다. 그렇기에 대내 경제의 심각성에 대처하는 추경예산안은 시기로 매우 중요함에도 현재 한국당에게는 국정운영을 함께할 국정파트너로서의 개념을 느끼기가 어렵다.

-故 이희호 여사님의 별세에 대해 어떤 심정이었는지. 

별세 소식에 눈물이 많이 났다. 아주 그 옛날 여성운동을 하시며 이후에도 여성단체를 돌봐주셨다. 여성 운동에서 큰 어른을 잃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라는 점을 느껴 많이 울고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무엇보다 기억나는 것은 1964년 당시 사저에 단 이 여사님과 故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문패다. 그 옛날 문패를 같이 붙인 것에 대해 제가 강의를 갈 때마다 많이 보여주자 많은 분들이 놀란다. 이 여사님은 굉장히 강하시고 따뜻하시며, 여성운동가들과 여성운동을 위해 애쓰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셨다. 

-현 정부 집권 이후 당정의 양성평등·페미니즘 정책으로 범사회적인 찬·반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청년층 남녀 갈등이 당 인식과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페미니즘은 ‘여성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다. 흑인 여성운동가 벨 훅스는 “여성주의란 성차별, 인종주의, 계급주의를 포함한 모든 억압을 제거하려는 헌신”이라 말했다. 1차적으로는 여성운동이기에 가장 대표적인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들의 삶을 위한 것이다. 인구학적으로는 소수자가 아니나 사회적으로는 소수자다. 대표성으로 봐도 국회의원 중 17%만이 여성이다. 인구로 보면 50%가 돼야한다. 남녀 임금 격차도 한국은 OECD 부동의 1위를 15년간 계속하고 있다. 가족관계 안에서의 차별로도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다. 그렇기에 여성주의의 1차적 목표는 이러한 여성들의 삶을 바꾸기 위함이며 모든 사회적 소수자와 억압받는 자들과 함께 하려는 것이다.

문제 접근은 ‘남성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아닌 ‘사회 구조적 차별’로 본다. 현 20대가 청년층으로 있는 지금과 현 50대가 청년층으로 있던 때는 성장과정, 여성 현실에 대한 인식들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사회에서는 채용비리, 유리천장 등 여전한 사회 구조적 차별을 받는다. 이런 구조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군대를 다녀옴에도 사회적 혜택은 없는 한국의 징병제가 있다. 반면 함께 차별받지 않고 자란 청년 여성들에게는 국가가 무엇을 하려는 것에 대해 차별을 느낄 수 있다. 저도 충분히 동감한다. 이들에 대한 이해 없이 변하지 않는 사회 구조 문제를 성별 갈등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문제다. 사회 구조적인 차별은 남성도 억압한다. 굉장히 많은 구조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데 사람들이 현상적인 것에만 (보고) 집착하는 것은 안타깝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 정부의 양성평등·페미니즘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찬·반 현상에 대해 “페미니즘은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을 비롯해 남성 및 모든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사회 구조적 차별에 접근해야한다. 현상만 보려 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사진 / 이용우 기자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젠더 바이올런스(Gender Violence, 성별 기반 폭력)’라는 본래 의의가 바뀌어 남녀 및 성소수자 등 모두로부터 비판 받았다. 해당 법에 대해 ‘양성 모두 보호받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앞서 밝혔는데, 현재 개정안 진척은 어느 정도인지. 

아직 개정안은 내지 못하고 있으나 1차적으로는 원안대로 내려한다. 일단은 현행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어 하다못해 정의 부분이라도 정리하려 생각하고 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폭력 근절을 위한, ‘성별에 기반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이런 지칭이 (법사위에서)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바뀌었다. 여성이나 여성적 위치에 있는 분들에 대한 폭력을 이해시키려 했으나 일부 의원은 ‘성별에 기반’을 동성애 옹호로 보기도 했다.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오히려 남성을 배제하는 꼴이 됐다. 현제 국회 상황이 이런 상태인데다 아직 시행도 안됐기에 우선 시행해보고 (개정안을) 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젠더 바이올런스’라는 개념이 온전히 담기도록 노력은 해야 하나 온전히 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6년 발의한 성폭력범죄특례법 개정안 이후 대검찰청 성폭력 수사 매뉴얼 중단까지 영향이 미친 것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요청될 정도로 반대 여론이 컸던 바 있다.

성폭력 문제의 해결 중 첫째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럼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무고로 고소고발하게 하는 것은 피해자로 하여금 스스로 입을 다물게 해 성폭력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이러한 ‘역고소를 유예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받지는 않는다. 

또 하나는 성폭력 사건 중 무고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 통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아직까지 그러한 통계는 우리나라에 없다. 그렇기에 ‘무고는 극소수’라는 주장과 ‘무고는 많다’는 주장이 감정만 상하게 해 무고 재판에 대한 전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 2013년 영국 검찰청이 1년간 저술된 5650여건의 강간 신고 중 단지 0.6%만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양쪽 모두를 위해 통계를 꼭 만들어야 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도 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한 것은 이러한 통계의 마련이다. 

-양육비 이행 실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정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한국의 양육비 이행실태에 대해 시민사회에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조사에 따르면 양육비를 못 받는 사례가 78%다. 한부모 가족의 경우 경제수준이 굉장히 낮다. 이들의 소득 또한 가난하다. 경제활동과 아이 돌보기도 같이 해야 하니 당연히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아이들 입장에서 양육비는 생존권 문제다. 낳았으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한 일임에도 그렇지 않아 문제가 크다. 또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고자 직접지급명령제를 함에도 위장전입, 재산은닉, 잠적 등을 해 돈을 받을 길이 없다. 감치명령도 피해 다니다 3개월이 지나면 무효화된다. 그래서 오죽하면 ‘배드파파(양육비 지급 기피 부모)’같은 웹사이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를 제재하는 법안을 내놓게 됐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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