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교안 ‘외국인 노동자’ 발언, 그 자체가 ‘차별’이다
상태바
[기자수첩] 황교안 ‘외국인 노동자’ 발언, 그 자체가 ‘차별’이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6.20 16:12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발언으로 '차별 논란'을 일으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 / 이원집 기자  


[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세금도 내지 않고 기여한 것도 없는데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황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과 관련해 차별이 없어야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면서 외국인 노동자 임금 문제 공론화와 임금 차등화를 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 발언은 즉각 '외국인 노동자 차별 발언'으로 비난받았다. 그러나 황 대표는 다음날인 20"외국인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더니 일부에서는 차별이니 혐오니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차별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사리에 맞지 않는 공격을 할 시간에 최저임금 문제 해법부터 고민하라"며 자신의 발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황 대표의 19일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먼저 전제가 틀렸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내국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으며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적을 이유로 임금을 차등해야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은 물론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전 세계에서 국적을 이유로 임금에 차등을 두는 국가는 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 것일까? 현실은 다르다. 국내 노동자들이 하지 않으려하는 일들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투입됐다. 우리나라도 과거 독일에서 당시 3D 업종이었던 광부, 간호사로 일했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 만약 황 대표가 이런 우리의 과거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아마 이번 발언이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 내외국인 노동자 임금이 차등 적용될 경우 오히려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을 적게 주면 국내 기업들은 당연히 임금수준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더 고용하려 할 것이다. 황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정책은 국내 청년들에게 가져올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 경제 못한다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무엇보다 이번 발언은 황 대표의 마음 속에 숨어있던 '혐오'를 드러냄으로써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혐오 정치'를 실제로 보여줬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그는 5월에 열린 한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며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발언을 했고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합장 등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아 '타 종교 무시', '성소수자 혐오' 등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앞의 두 예는 황 대표의 '종교적 소신'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종교적 소신'으로도 '쉴드'를 칠 수 없는 발언이다.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법에 대한 무지가 발언을 통해 나온 것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나라에서 이익만 얻어가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숨겨진 '혐오'가 고스란히 나왔다. 설사 그의 발언이 '최저임금 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전제에 '차별'이 깔린다면 이것은 옳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임금을 차등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차별이다. 이를 과연 황 대표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과거 독일의 히틀러는 독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유태인들이 독일에서 계속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유태인에 대한 독일인의 반감을 자신의 정치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했다. 그로 인해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차별은 결코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 지도자는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등을 향해 나아가야하는 사람이다. 황교안 대표가 더 큰 목표를 향해 가고 싶다면 '차별'에 대한 생각부터 바꾸어야할 것이다. 국적이 다르다고 해도 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