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편지, 그 달콤한 유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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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편지, 그 달콤한 유혹이여!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6.2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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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편지는 이제 경계(境界)의 자리에 있다. 이메일이니 카톡같은 전자 메신저가 횡행하는 이 시절에 편지는 누군가의 말처럼 촌스럽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몇 십년 안에 그 엣날엔 편지라는 게 있었지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금 50대 이상인 사람들은 학창시절 연애편지는 낭만을 부르는 봄비나 가을 낙엽같은 것이었다. 군대시절에는 기체후 일양만강 하옵십니까?. 저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조국을 지킨다는 긍지로 열심히 훈련을 잘 받고 건강하게 잘있습니다어쩌고 하는 부모님 전상서를 수차례 쓰기도 했다. 엄마는 아들의 편지를 받고 대성통곡하고 아들은 엄마의 편지를 받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곤 했다. 그런데 위문편지는 내무반을 떠들썩하게 했다. 특히 여고생들로부터 오는 위문편지는 서로 차지하려고 눈이 빨개졌다.

편지는 이메일이나 카톡과는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마음을 담아서 쓰기 때문에 상대의 진정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울림도 다른 것보다 크다. 기다림의 즐거움이나 그리움의 눈물도 잘 담을 수 있다. 누군가는 이메일은 찔러보기(poke), 편지는 어루만지기(caress)‘라고 정의하기도 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수 어니언스의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젖은 편지~(편지)나 이장희의 편지를 썼어요 사랑하는 나의 님께 한밤을 꼬박 새워 편지를 썼어요~(편지) 등은 바로 어루만지기의 전형적인 노랫말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편지는 상대와 진심을 전하고 받으며 비밀스럽게 나누는 가장 바람직한 수단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 외교가 단연 화제다. 두 사람은 서로 매우 멋지고 따뜻한 편지”, “아름다운 편지”, “ "흥미로운 내용이라며 추겨주기 바쁘다.

두 사람의 이런 태도를 보면 편지는 경계의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메신저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일국의 정상들이 주고 받는 편지는 그 무게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의 편지 주고 받기가 북미 대화 재개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신호들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편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마냥 믿을 것만은 아니다. 현란한 수사로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려 거덜낸 역사적 사건도 적지 않으니 모쪼록 잘 살펴볼 일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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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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