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들은 외친다 '올바른 판결, 올바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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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그들은 외친다 '올바른 판결, 올바른 수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6.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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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검찰청 앞 1인 시위 참여자들의 이야기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19'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기관이자 최종심판권을 가진 대법원이 있는 곳이다. 그 옆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57'에는 최고 검찰기관인 대검찰청이 자리잡고 있다. 최종 수사, 그리고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이 곳. 이 곳 앞에는 올바른 심판을 내리기를 바라는 이들의 1인 시위와 기자회견,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더운 날도 추운 날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폭염주의보가 예상되던 25일, 아침 9시부터 자리를 차지한 이가 있다. 건설회사를 운영했던 류원효씨와 그의 어머니다. 그는 원청회사의 갑질 횡포와 부당한 보증급 지급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지난달부터 대법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류원효씨. 사진 / 임동현 기자 
 
"뇌출혈로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그 회사를 제가 맡았는데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회사를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에 원청회사와 하도계약을 맺은 것이 문제였어요. 원청회사에 계속 끌려다니면서 총알받이가 되어야했죠. 콘크리트 포장장비를 들이지 않으면 엄청난 위약금을 내야한다고 협박해서 사채까지 얻어 고가의 장비를 사야 했죠. 공사만 잘 끝나면 지옥이 끝날 거라 생각하고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 결국 빚이 늘어나면서  길바닥에 나앉게 된 거에요".
 
거기에 서울보증보험은 원청회사가 불법하도급을 받은 공사를 류씨의 건설회사 면허를 빌려 공사하게 했다면서 '피보험자의 기망행위에 의해 성립된 계약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들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류씨에게 통보했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원청회사에 보증금을 지급했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씌웠다는 게 류씨의 주장이었다.
 
류씨에 따르면 1심은 류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고, 변호사가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대법원이 우선 상고를 받아들여야지요. 길바닥에 나앉았을 때 모든 가족들이 다 죽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쓰러지신 아버지께서, 몸을 일으키시지 못하는 아버지께서 살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그래서 살고 있는 거에요. 어차피 우린 죽기로 결정했던 사람이기에 겁나지 않아요". 
 
대법원 앞에 걸려진 현수막들. 사진 / 임동현 기자     
 
정문 앞에는 또 한 사람의 1인 시위자가 있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구속을 요구하고 있었다. 시위자와 인터뷰를 하려고 하자 그는 "저보다는 이 내용을 중요하게 봐주세요"라며 표지판을 가리켰다. 표지판엔 이 말이 적혀있었다. '이부진 사장은 사죄하라. 중소기업을 죽이고 짓밟은 삼성에버랜드(주) 경영전략담당사장 이부진. 엔씨씨 임직원 일동'.
 
건설회사인 엔씨씨는 2010년 9월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와 골프장 조성공사 시공 계약을 맺었지만 2011년 8월 공사가 갑자기 중단되고 그 공사를 대신하면서 막대한 공사자금을 조성하다가 2013년 말 부도처리됐다. 
 
엔씨씨는 "삼성에버랜드가 시공사의 사업약정의무인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하고 임의로 공사를 중단해 골프장을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엔씨씨의 임직원들은 지난해부터 돌아가면서 대법원 정문 앞에서 이부진 사장의 사죄와 이재용 회장의 구속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 동문 앞에 설치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천막. 사진 / 임동현 기자    
 
대법원 동문 앞에는 한 천막이 세워져있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세운 천막이다. 올 4월 콜트콜텍은 12년 만에 해고자 복직에 합의하면서 국내 최장기간 노사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하지만 12년간의 과정에는 2012년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1심과 2심의 결론을 깨고 '사측의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있었고 이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의혹'과 연결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고자 복직에는 합의했지만 노동자들의 상처는 여전히 치료되지 않았던 것이다. 부역판사의 구속, 콜트콜텍 노동자 소송 재심. 이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날은 천막의 문이 닫혀 있어 노동자들을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천막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뒤덮여있었다. 마주치지 않아도 노동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간의 고생이 들려왔다. 아쉬움을 천막의 목소리로 달래야했다.
 
오전 11시가 될 무렵 몇몇 사람들이 대검찰청 앞에 모였다. 이들은 '양주 하늘안추모공원의 비자금 556억 철저 수사 촉구'를 검찰에 요구하며 수사 촉구 진정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비자금 세탁의 비리와 금권력에 의한 수사 방해를 즉시 중단시키고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진실이 사라질 것이고 검찰의 오명이 될 것이다" 관계자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군가가 들려왔다. '밟아도 뿌리뻗는 잔디풀처럼~ 시들어도 다시 피는 무궁화처럼~' 그리고 그 군가에 맞춰 한 시위자가 양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직접 내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현수막들이 있었다.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외치고 있는 김헌갑씨. 사진 / 임동현 기자    
 
태극기를 들고 1인 시위를 한 김헌갑씨는 일주일에 두 번 대검찰청과 서초경찰서 사이길에서 이런 시위를 한다고 한다. 목적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박 대통령이 계획적으로 탄핵이 됐어요. 박 대통령에 대해서 JTBC니 여러 군데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 가짜로 판명됐잖아요. 뉴스가 아니라 포털에 떠도는 것들만 믿고 있어요. 전에는 사람이 좀 있었지만 이제는 저 혼자 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석방될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바로 그 때 김씨가 틀어놓은 군가 소리가 묻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아까 언급한 비자금 수사 촉구를 요구하는 집회 참여자들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군가. 서로 반대의 목소리를 반영한 노래들이 대검찰청 앞에서 동시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묘한 대치' 가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어울림'이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가 자신들의 공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내용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올바른 판단, 올바른 수사를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들만의 주장'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1인 시위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할 수 있는, 그들이 믿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한 시위자의 말로 기사를 마치려 한다.
 
"저도 1인 시위를 나와보니까 참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봤어요. 말도 안되는 이유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시위를 하는 분들을 보면 한결같이 돈이 없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요즘은 법을 아는 사람들이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결국 돈 없고 순진한 사람들이 당하잖아요. 법을 아니까 판결도 유리하게 받고. 그건 아닌거죠. 1인 시위를 해야하는 이들의 억울함을 함께 전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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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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