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제3자 조작술’이 횡행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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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제3자 조작술’이 횡행하는 사회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6.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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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3자 조작술이다. 누군가 권위있는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진실인 것처럼 조작하는 것이다. 이 수법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영()과 대화를 나눈다는 무당이 활개를 치던 시대부터 외경심을 불러 일으키는 권위의 원천으로 사용됐을지도 모르겠다. 중세의 성직자들과 왕의 권위는 그들의 도그마가 사람들이 진짜 경험한 것이나 과학적 증거와 충돌할 때조차도 진리의 표준으로 여겨졌다. 아시다시피 종교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매장되었다. 우리 조선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교 이외의 공부는 배척되었다. 불교는 불씨(佛氏)’로 천대받았으며 노자, 도가, 묵가 등은 혹세무민으로 낙인 찍혔다.

아무튼 3자 조작술’, 즉 권위에 의한 논증이 오류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였다(더글러스 월턴의 전문가의 견해에 호소하기:권위에 의한 논증). 과학의 증거주의와 실증주의, 수학적 계산 등이 합리성을 보장해 주며 그 이외의 것은 주관적 견해일 뿐이라는 주장이 대중들에게 먹히면서 부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법은 여전히 은밀하게 유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모든 커뮤니케이셔 수단은 내부에 기만의 수단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가 등장하면서 거짓말이 가능해 진 것처럼 매스미디어가 판을 치면서 더 현란하고 정교하고 미묘한 홍보 기술이 발달해 왔다. 특히 노골적인 기만행위를 저지르지 않고도 숨어서 자신이 의도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수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이런 짓을 해 왔다. 예를 들어 1998년 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제3자인 자유기고가들을 매수해서 신문사에 글을 쓰게끔 해 법무부의 조사활동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의 측근인 그리고리 포켐킨은 여제가 외국의 국빈들과 시골을 순방하려 하면 미리 잘 꾸며진 가짜 마을을 만들어 보여줬다. 여제가 아주 잘 통치해서 번영을 누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정(國定) 사회 교과서 수정 과정에 불법 개입해 집필 책임자도 모르게 교과서 내용을 대거 바꾸고 합법적인 것처럼 서류까지 위조했다고 한다. 이도 3자 저작술의 한 방법이다. 책임자인 모 교수가 협의 과정에 참여한 것처럼 꾸민 뒤 그 교수의 도장을 몰래 날인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 정부 들어 통계를 이리저리 흔들고 제멋대로 선별 보고하거나 위원회란 걸 만들어 유리하게 여론몰이를 한 뒤 제멋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일이 빈번하다. 심지어는 여론조사나 위원회에서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재조사 혹은 재검토 한다는 황당한 일까지도 벌어졌다. 하다하다 그저께는 은행고용통계기준 까지 바꿔 비정규직, 청원경찰 등 외부 파견인력을 은행원으로 바꿔 은행원 취업률이 늘었다고 홍보했다. 사실이 왜곡되면서 진실이 사라지는 사회는 철의 장막이나 죽의 장막에서만 있는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닌가 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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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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