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미 3자 번개팅. “누가 주역이며 이 땅의 주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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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미 3자 번개팅. “누가 주역이며 이 땅의 주인이냐?”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9.07.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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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북측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환송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노동신문 


()이 중국을 통일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동맹관계를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진은 먼 나라와 동맹을 맺은 다음, 인접국과 전쟁을 벌였다. 진에게 공격 당한 나라들은 이웃나라에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진이 이미 손을 써 놨기때문이었다. 진은 강대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와 싸울 때면 이간질을 하거나 불화를 조장하는 등 동맹을 깨뜨리려 전력을 다했다. 진은 두 나라 중 취약국을 먼저 친 다음, 나머지 한 나라를 목표로 삼았다. 진은 이웃나라들을 야금야금 점령하고 마침내 중국대륙을 통일했다.

어제 남북미 3자회동으로 23주 내 북미간 실무팀이 구성된다고 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핵 협상의 불씨를 살려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사진찍기용 행사’,‘리얼리티 TV’ 등의 비관론이 맞선다. 김정은 위원장의 백악관 방문까지 실행되면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AFP통신의 평 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이 외교에서 상징적이고 굉장한 볼거리이기만 해서는 안되며 보여주기 쇼여서도 안된다. 더군다나 대북 외교의 핵심 포인트인 비핵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메아리 없는 공허한 정상회담 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 검증 가능한 합의로 이어져야만 의미가 있다. 동맹을 잘 활용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얻고자 한다면 진나라처럼 뼛속까지 단단히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날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은 남조선 당국이 친미 굴종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언제 가도 북남관계가 오늘의 침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역시 지난 26일 담화에서 한국은 빠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펴면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했다. 우리는 이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또 김 위원장은 우리가 훌륭한 관계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통해 우리와 미국의 동맹 관계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진나라처럼 동맹을 깨뜨리려 하는 전략이 김정은의 웃음 속에 들어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판문점에 초대를 받았지만 오늘 중심은 북미 대화다. 오늘은 북미간 대화에 집중하기로 하고, 남북 대화는 다음에 다시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점은 뒤로 너무 물러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중재자를 넘어서 주재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연을 자청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 국민들은 도대체 누가 주역이며 이 땅의 주인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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