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박용만 회장과 약속을 지키는 사회
상태바
[시류칼럼] 박용만 회장과 약속을 지키는 사회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7.10 08:24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일본은 이치닌마에(一人前;한 사람의 몫)’ 사회다.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선 1603년 이래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형성해 왔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남에게 폐을 끼치지 않고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도리이기도 하다. 자신의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이를 벗어나는 행동은 메이와쿠(迷惑)’라 해서 거의 죄악시 된다. 일본에서 회사가 파산하는 일이 생기면 사장 등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고 자살하는 경우도 더러 본다.

일본은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지만 나름의 상도덕이 있다. 300년 전부터 발달한 상인 정신의 요체는 이시다 바이간이 도비문답(都鄙問答)이나 제가론(齊家論)등에서 주장한 선의후리(先義後利;신용이 우선이고 이익은 나중이다)’이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신용은 생명과도 같으며 신용을 잃으면 장사는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외는 없었다.

제가 아는 일본 기업들 모두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었습니다. 경제 교류는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약속이며 거래입니다. (약속과 거래는) 기업 모두가, 국적이 뭐든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약속과 거래를 한·일 기업들이 서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한 말이다.

박 회장은 19656월 한일간에 맺은 한일협정에 의거한 화해·치유재단 해산, 징용자 보상 등에 관해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여러 핑계가 있겠으나 우리에게 그 책임이 많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 간 약속을 반일감정이란 호랑이 등위에 올라타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했던 사람들이 되새겨 봐야 할 말이다.

얼마 전 박 회장은 페이스북에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붙들어 줄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 주어야 할 때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말은 박 회장 혼자 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 기업인들 모두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정부들어 살기가 더 팍팍해지고 일본과의 관계가 극도로 나빠진 것은 반기업 정서의 확산과 반일(反日) 같은 정책을 빼고는 설명하기가 궁색하다. 무엇이 정의이고 대의이며 명분에 맞는 일인지는 그 누구도 평가 내리지 못한다. 반일이나 식민시대 청산, 재벌 옥죄기 등이 명분을 살릴지 모르나 우리의 생존과 결부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의 기를 살려 실리를 찾을 때다. 더 이상 가면 수습하기 힘들다. SW

jj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