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허가 쪽방촌은 사람으로도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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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무허가 쪽방촌은 사람으로도 안 봐”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7.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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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17일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 7동 산65번지의 쪽방촌을 방문했다. 도덕산 산자락 일대에 깔려있는 판잣집들과 주변 다세대주택은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거주민 대부분이 뿔뿔이 흩어져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변해있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재개발 지역인 광명 쪽방촌 일대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도심으로부터 버려져있다. 극소수의 거주민들만이 이곳 판자촌에서 폭염을 버티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 7동 산65번지 산자락 일대는 광명 재14R 주택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있다. 이곳은 서울 용산과 종로구의 쪽방촌처럼 사람과 생활이 이어지는 마을과 달리 원주민 대부분이 재개발의 여파로 모두 뿔뿔이 흩어진 판자촌이다.

판자촌 일대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진입하자 재개발 철거 경고장과 가스가 끊겼다고 페인트칠이 된 다세대 주택이 을씨년한 모습을 드러냈다. 곳곳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건설 폐기물과 쓰레기, 철사로 굳게 묶인 주택 대문 주변에는 오랜 세월 사람이 다녀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허리춤까지 자란 잡초들이 곳곳에 퍼져있었다.

서울 용산구와 종로구의 쪽방촌에 노인 빈곤층이 모여 그나마 삶을 이루는 것과 달리 광명 쪽방촌은 3가구 다섯 사람만이 삶을 잇고 있었다. 이주비를 받는 것조차 힘들다는 A씨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을 할 수가 없어. 다음 달 철거 들어오는데 그냥 기다리다 닥치는 거 말고는 뭐가 있나. 희망이 없어”라고 답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버려진 주택 골목 안쪽 깊숙이 들어가자 광명 쪽방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자락에 늘어져있는 판자촌은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주거 빈곤층인 사람들이 합판으로 벽을 세우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하나의 마을을 세웠다. 80가구가 있던 광명 쪽방촌은 이제는 3가구, 다섯 사람만이 산다. 서울 쪽방촌에서도 간간히 들리던 걸음소리와 TV의 잡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지자체는 다섯 사람이 사는 판잣집에까지 수도와 전기를 끊지는 않았다. 그러나 군데군데마다 LPG 가스통이 굴러다녀 가스가 끊겼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쪽방촌 일대 너머 다세대 주택가의 한 상가 점주는 이곳에 대해 묻자 “무허가 사람 사는 곳”이라 대답했다. 다음 달 철거를 앞두고 있어 “가스는 다 끊은 상태”라 답했다.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판잣집 거주민 A씨는 폭염 속 깡마른 몸으로 고물을 수거하며 40년 넘게 이곳에서 갖은 막일을 하며 삶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그가 기르는 수탉 울음소리만이 간간히 이곳의 적막을 깼다.

여든을 바라보는 A씨는 이곳에서의 삶, 곧 자신의 삶에 대해 낯가림 없이 이야기했다. “저 은행나무가 있는 주택부터 여기 언덕 뒷 편 소나무가 있는 곳까지 전부 재개발을 하고 도로를 놓는다고 했어. 남아있던 사람들은 적은 이사비를 받거나 그것도 못 받아 건설사 융자로 저기 부평이나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나처럼 갈 곳도 아무 돈도 없는 사람만 다음 달 철거 올 때까지 그냥 남아있는거야.”

A씨는 매일매일 일대 골목 청소를 하면 관할 지자체로부터 30만원이 안되는 돈을 받는다고 했다. “기초수급 그거는 받지도 못해. 아들, 딸 살아있고 소득이 있다고 해서 신청해도 안된다는데. 딸, 사위는 장애가 있고, 아들도 월세 벌이로 힘들어해. 그나마 이 고물들 모아 고물상에 팔아서 용돈벌이 하는데, 그마저도 최근에는 50원 쳐주던 걸 10원 더 깎았어.”

A씨는 광명 쪽방촌에서 40여년 넘게 살았다고 말했다. A씨는 “기초수급은 아들, 딸 살아있다고 안주는데, 딸 사위는 장애가 있고 아들도 월세 벌이로 힘들어해”라며 “집을 나가기 전에 이사비를 지원해줘야 집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데, 지자체는 이사 한 후에야 돈을 준다는 거야. 나 같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나가”라고 말했다. 그는 “무허가(쪽방촌 거주민)는 사람으로도 안 봐”라고 답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그는 지자체의 이주비용 지원 과정이 가진 문제점과 태도에 대해 말했다. “지원이 집을 나가기 전에 이사비를 지원해줘야 집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데, 지자체는 이사 한 후에 그 금액을 보여야 돈을 준다는 거야.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나가.” 그는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했냐는 질문에 “무허가(거주민)는 사람으로도 안봐”라고 슬픈 얼굴로 답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A씨는 더욱 수심이 깊은 표정을 보였다. “말을 할 수가 없어. 다음 달 철거 들어오는데 그냥 기다리다 닥치는 거 말고는 뭐가 있나. 희망이 없지.” 무더위에 힘들게 삶을 잇는 A씨에게 조금이나마 더위를 덜어드리고자 찬 음료수 몇 병을 건넸다. 한사코 거절하던 A씨는 “감사하고 내 긴 이야기 다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쪽방촌을 내려오는 길 주택가에서 그가 말한 고물상을 발견했다. 고물상으로부터 빌린 리어카로 파지와 고물을 줍는 어르신들의 리어카를 끌어드리자 그들은 “좋은 일을 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한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이 빌딩 숲속에서 보이지 않는 생을 이어갈 때 정부는 과연 이들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미치고 있는지 물을 필요가 있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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