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반발한 ‘ILO 비준 입법안’, 통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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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반발한 ‘ILO 비준 입법안’, 통과될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7.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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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 추진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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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고용노동부가 외교부에 비준을 의뢰하는 등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외교부에 미비준 3개 협약에 대한 비준을 의뢰했고 결사의 자유 협약과 관련한 입법은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정부입법안을 마련해 31일부터 입법예고하고 정기국회 내에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입법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는 'ILO협약 이행이 아닌 역행이며 정부의 노동정책이 파탄났다'고 공격하고 있고 경영계는 '노동계 입장에 편향된 안으로 강력 반대한다'며 역시 반발하고 있다.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은 이미 노사의 강한 반발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핵심협약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노사간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바탕으로 제출하게 됐다. 이 안은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과 관련된 단결권 사항과 함께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관련 과제도 포함되어 있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되는 노동기본권 보호라는 원칙과 함께 우리나라 노사관계 현실도 고려한 균형잡힌 대안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입법안을 보면 먼저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고 노조 임원자격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기업별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해 재직자로 한정하기로 했다.

또 노조 전임자 급여 금지 규정은 삭제하되, 현행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등 근로시간면제제도 개선을 통해 국가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했고 퇴직 공무원 및 교원, 소방공무원, 대학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5급 이상 공무원의 가입도 허용하되 직무특성에 따른 제한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용자가 임의로 교섭 상대방을 선택하는 등의 개별교섭 동의제도 문제점 개선을 위해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하는 경우 모든 노조에 대한 성실 교섭 및 차별금지 의무를 부여했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내 생산 및 주요 업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양벌규정 등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사항을 개정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노동기본권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 민주노총은 "정부입법안은 특수고용, 간접고용노동자 등 정작 ILO가 지속적으로 권고한 사안들이 통째로 누락되어 있고 실업자와 해고자 노조 참여, 노조 임원자격, 전임자 급여지급, 교섭창구단일화제도 관련 내용도 역시 국제노동기준에 훨씬 못미치고 현재와 차이가 없다. 이런 마당에 핵심협약과 아무 상관없는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의 노동개악안이 담겨 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면서 정작 핵심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ILO 핵심협약 비준 법,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ILO가 제도의 폐지 혹은 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한 사항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하는데 이번 입법안은 ILO의 권고사항, 결사의 자유에 관한 핵심 과제들을 모두 누락했다. 특수고용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의 노조 참여와 노조 설립신고제도, 공무원과 교원의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권, 파업의 책임 등은 ILO가 수차례 권고를 한 핵심 과제임에도 이번 입법안에서 제외했고 ILO가 쟁의행위의 정당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직장 점거'를 금지하고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명시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비준을 빌미로 기존 노동조건을 후퇴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입법안이 노동자 입장에 편향됐으며, 기업의 어려움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다른 나라와 달리 기업별노조 중심의 틀 속에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대립적, 투쟁적, 폭력적, 불법적인 노동운동 관행으로 고비용, 저생산성의 산업구조에 봉착된 상황에서 정부 안대로 해고자, 실업자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자동적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더 강화되고 활성화되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사업장 점거는 금지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사업장 진입을 허용하고 있고 직장 점거도 가능한 구조다. 이 부분을 정확히 알아야한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하는데 지금의 입법안은 상생과 균형이 아닌 노동자 쪽에 힘을 더 싣는 모양새다. 경영계의 의견을 정부가 도외시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FTA에서 노동권 보장 문제가 강조되는 추세고 EU 측에서 전문가 패널 소집 요청 이후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노사간의 합의와 정기국회 통과라는 두 가지 큰 산이 남아있으며 노사 모두 입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요구 사항도 정반대로 나뉘어져 있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입장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가야하는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노사 합의가 안되고 한국의 현실이 있기에 그것을 감안해 법안을 내고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해고자, 실업자의 노조 참여는 그래도 많이 진전한 사항이다. 협약 위반 여부는 ILO 내 전문가 위원회가 해석하는 것인데 해석 사례를 보면 파업권 행사는 가능하지만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현실적인 노사 관계를 보면 '사업장 진입 금지'로 가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특수고용노동자, 단기고용노동자의 단결권은 ILO의 권고는 물론 기본협약에도 나와있는 것이다. 노동계의 지적이 맞지만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겪고 있고 형태도 다양하기에 문자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추가 검토를 해서 중기적으로 풀어가야할 문제다. 핵심협약이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이기에 100% 딱 맞춰 비준을 하기란 어렵다. 국회에서 논의가 되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고 생각지 못한 다른 문제가 나올 수 있기에 차차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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