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가짜 의사와 드라마 '저스티스' 송우영 회장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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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가짜 의사와 드라마 '저스티스' 송우영 회장의 인생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9.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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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인류 역사상 드물게 보는 가짜 약장수 존 롱은 정식으로 의학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이상한 연고와 양상추로 폐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해져서 영국에서 당대 최고의 의사로 이름 날렸다.

 

그의 잔꾀로 만든 치료법은 다른게 아니었다. 초기 폐병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하게 되면 스스로 큰 병에 걸린게 아닌가 의심하는 심기증(心氣症) 환자에게는 연고가 효과가 있는 듯했으므로(이른바 플라시보 효과) 중증 폐병 환자의 치료만 적당한 핑계로 피할수 있으면 약효는 문제가 없어진다. 양상추는 연고 사용으로 피부에 부작용이 일어나면 덮는데 사용했다. 터무니 없는 처방이었으나 사람들은 그에게 구름처럼 몰렸다.  

 

사진 / pixabay 

 

의사학위를 받지 않았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그는 인생대학에서 받았다며 당당하게 응수해 나갔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곤 도대체 없는 인간이었으며 수신제가(修身齊家)’와는 담을 쌓았다. 그는 점점 과신에 빠졌고 자신이 진짜 위대한 의사인양 행동했다. 맹목적이고 독선적인 마음이 자리 잡자 이성과 합리성이 마비돼 자신을 사도로 여겼다. 더 나가다가는 보건부장관 자리도 달라고 할 판이었다.

 

행운도 이어졌다. 어떤 소녀에게 연고를 줘 치료했는데 죽어버렸다. 중대사임에도 법원은 과실치사 혐의로 벌금만 물도록 했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나쁜 명성을 당해낼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갔다. 이젠 법무부 장관 자리를 내놓아라 할 판이었다. SNS의 광적 팬덤(fandom)을 몰고 다니며 그게 진짜 여론일 줄 아는 오늘날 우리 일부 정치인들 모습과 흡사했다.

 

그러나 하늘은 이런 자를 그냥 두지 않는 법이다. 암과 결핵에 시달리던 한 여인에게 연고를 사용한 게 결정적으로 목덜미를 잡았다. 연고와 상관없이 여인을 죽게 한 것은 암이었으나 그에게 죄가 씌워졌다. 무죄로 풀려 났지만 그의 사업은 기울어져 갔다. 시장과 10여명의 장군과 제독, 왕실 부관까지 그의 유명세에 가담해 온갖 명분을 내세우며 비호하고 감쌌지만 그늘은 더욱 짙어져 갔다. 그러다 그는 불과 36세의 나이에 자신의 명성을 드높게 만들어 줬던 폐병에 걸려 죽고 만다. ‘부메랑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이런 사람에게 눈이 어두워 지혜를 버린다. 지금도 여전히 정의를 추종한다면서 독선적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용기는 있으나 무례한 것을 미워하고, 과감하지만 꽉 막힌 것을 미워한다(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고 말했다. 자기 주장만 옳고 자기 편만 옳고 자기 부하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가장 하류로 본다는 이야기다. 현명한 군주는 이욕(利慾)을 이겨 본래의 마음을 지키고 인간같지 않는 자는 이욕에 빠져 본래의 마음을 잃는다.

 

최근 탄탄한 구성력과 뛰어난 연출력으로 화제를 모았던 KBS2 드라마 저스티스는 말 그대로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드라마다. 여기서 송우영 회장은 살인 및 교사죄를 끝내 부인하고 법망을 빠져 나간다. 그러나 결국 아들의 증언으로 심판을 받는다. 아들이 증언한 이유는 이버지가 남은 인생을 홀가분하게 사시기바라는 마음때문이었다. ‘가짜의 삶은 끝내 드러나고 무서운 종말을 맞이 한다는 게 사필귀정(事必歸正)’, 삶의 교훈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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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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