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카드, 배임 직원 신상정보 거짓말…‘개인 일탈’ 몰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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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한카드, 배임 직원 신상정보 거짓말…‘개인 일탈’ 몰아가기?
  • 조규희 기자
  • 승인 2019.09.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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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 20년차 직원이 ‘30대 여자 대리’로 둔갑…신한 “담당자 지위 악용한 개인 일탈일 뿐”
배임사건 피의 직원에 대한 신상을 잘못 알려준 신한카드의 저의가 의심된다. 사진  / 시사주간 DB    


[시사주간=조규희 기자] 신한카드(대표 임영진)가 배임을 저지른 직원의 신상을 사실과 달리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 실수라 치부하기엔 다소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실수였다면 현업과 홍보 간 부실한 소통 문제가 외부에 드러난 상황이며, 의도적으로 거짓말한 것이라면 사건 축소를 위한 계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 7월 신한카드 감사팀은 한 여직원의 배임 혐의를 찾아 경찰에 고소했다. 신한카드는 배임 피의자를 30대 여자 대리라 특정했지만, 확인 결과 피의자는 근속 20년차의 43세 여직원(77년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한카드 홍보 담당자는 실제와 다른 신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나도 전해들은 정보를 전달했을 뿐이다. 나이대가 40대란 사실을 최근 언론 보도로 알았다”고 변명했다. 그는 “나이와는 무관하게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란 사실엔 변함이 없지 않냐?”면서 “감사실에서 30대 대리라는 정보를 확인해 전달했을 뿐, 대중을 속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업계 1위라는 신한카드의 위상을 생각하면, 대변인 격인 홍보부서 관계자의 변명으로는 다소 구차하게 들린다. 

홍보담당자는 회사의 ‘입’이다. 언론의 질문이나 문제제기에 정확한 답을 전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물론 모든 사실을 홍보부서가 알 수 없으며, 때로는 현업과 ‘합’이 맞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몰랐다”거나 “실수”라는 말 한 마디로 오보를 양산한 책임을 면할 순 없다.

또한 언론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물론 이것이 담당자의 단순 실수인지 의도적인 행동인지는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사건을 축소하는 등 다른 의도가 없었는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신한카드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까닭에 수많은 오보가 양산됐고 ‘직원의 일탈’에 초점이 맞춰진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주요 언론 보도에선 ‘30대’ ‘대리’가 본 사건의 키워드가 됐으며, 금융사고의 원인을 ‘회사 내부통제 미흡’ 보다는 ‘철없는 여직원의 일탈’에서 찾는 케이스가 많았다.

중요한 사실은 신한카드 역시 본 사건의 직접적 원인을 개인 일탈로 결론 짓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담당자라는 직위를 악용한 직원 한 명의 100% 개인 일탈”이라고 못 박았다.

행위의 의도를 특정할 순 없으나 공교롭게도 신한카드가 제시한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보도한 기사는 신한카드의 결론과 같았다.

팩트 그대로 피의자가 근속 20년차 40대 직원이 배임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어도 이 같은 결론을 내렸을까? 취재 방향은 전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30대’ ‘대리’ 대신 근속 20년차 직원이 배임을 저지르게 된 원인을 찾는 기사가 많았을 것이다. 당연히 미흡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비판하는 기사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도 씨는 40대 정규직 전환 대리…공채와 전환자 간 ‘보이지 않는 벽’ 일탈로 이어졌나? 

사건 피의자인 도 씨는 2000년부터 사건이 발생한 2019년까지 약 20년간 신한카드에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혐의를 저질렀을 때 직급은 ‘대리’였다. 

20년차인데 대리? 다소 의아해 질문하자 신한카드 관계자는 “도 씨의 직급은 ‘대리’가 맞다”고 확인했다. 도 씨는 2000년 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케이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는 “최근엔 2년이라는 계약 제한이 있지만 과거엔 수차례 계약 연장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일을 잘 하는 직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곤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규직 전환 직원 중 진급을 못 하는 사례가 꽤 많다. 연차만 찼다고 진급하는 게 아니라 합당한 평가에서 통과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계약직 입사자의 업무 역량이 관리자로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카드업계 종사자는 “정규직으로 입사자와 계약직 출신 사이에 연한 차이가 크다. 계약직 출신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만 해도 대단한 사건”이라며 “그러나 그들이 과장으로 진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이들 간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자는 신한카드 정규직 인사 시스템을 따른다. 그러나 온전히 정규직 인사 시스템을 적용받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정규직은 보편적으로 근속 20년차면 차‧부장으로 승진하는 데 반해 전환자들은 과장 진급조차 까다롭다.

둘 사이엔 분명 벽이 있고, 허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한카드는 “업무 역량이 부족해 진급을 못 하는 것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신한카드의 설명을 근거로 배임 사건을 풀어보면 신한카드에서 20년동안 과장을 달 수 있는 역량조차 없는 ‘부족한 직원’에게 법인카드 한도를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 셈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이것이 이번 금융사고의 근본 원인이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법인카드 한도 관리 업무는 단순 운용 업무로 관리자급의 업무는 아니다”라고 했다. 100억이 훌쩍 넘는 배임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지는 자세 없이 한 직원의 일탈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감독원이 징계한다. 징계 수위는 누구의 잘못이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미흡한 내부 통제 시스템 때문인지, 개인의 일탈 때문인지에 따라 신한카드의 책임의 경중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금융사고는 빈틈을 악용해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조작했을 때 발생한다”라며 “자신만 아는 방법으로 전산 상 문제없어 보이게 조작하는 범죄를 바로 파악하기엔 역부족이었다”라고 밝혔다.

업무 역량이 부족으로 과장 진급을 못하는 도 씨. 수많은 고가 시스템과 억대 연봉 전문가조차 그의 일탈을 막지 못한 아이러니. 쓴웃음이 지어진다. SW

ck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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