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와대 막걸리 만찬', 품격있는 정치로 이어지길
상태바
[기자수첩] '청와대 막걸리 만찬', 품격있는 정치로 이어지길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9.11.11 11:2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만찬 회동이 열렸다. 사진 / 청와대     

[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10일 청와대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4개월만에 이루어진 이날 회동은 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한 후 조문을 온 여야 대표들의 답례 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이한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여야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전과의 만남과 달리 이번 만찬은 대통령의 사적 공간인 관저에서 진행됐고 배석자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1명밖에 없었다. 여기에 막걸리가 반주로 나왔다. '5당 대표 회동'이라고 하지만 이날 자리는 어떤 거창한 프레임이나 정쟁의 연장, 정치적 술수와 연결되기보다는 한 주를 정리하는 주말 저녁, 막걸리 한 잔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허심탄회하게 해보자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야당의 요구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의 '민부론, 민평론'과 관련해서는 국정에 반영해달라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발언에 "두 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다면서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지적에 대해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탄력근무제 확대에 대해 국회가 더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선거제 개편에 대해서는 황교안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간의 고성이 오갔다는 말이 전해졌다.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을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자 다른 당 대표들이 반론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황 대표와 손 대표가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문 대통령이 이를 말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만찬장에 있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일부 언론에 보도된 해프닝 같은 것은 3시간 중 1분 정도였고 보도가 그렇게 나가 이상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역시 만찬장에 있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1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손학규 대표가 '정치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하자 황 대표가 '그렇게 라니요'라고 고성이 오갔고 대통령께서 말리셨다. 대통령을 향해 소리친 것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찬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고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야당 대표들은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지난해 출범했지만 첫 회의 이후 지지부진했던 협의체가 막걸리 한 잔과 함께 한 회동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고성이 오가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날 회동은 다양하고 폭넓은 논의가 진행됐고 여야정 협의체 문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국회 내에서 지겹도록 계속된 여야 대립을 지켜봐야했던 국민들에게는 비록 몇 시간에 불과한 일이고 곧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여야정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정중히 밝히고 이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약간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했고 그렇기에 '겸사겸사' 이번 회동을 마련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통령을 비판했던 야당도 이날 이시간만큼은 예우를 갖춰 정중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말했다. 우리가 보고싶어하던 '민주주의 정치'의 모습이 '막걸리 만찬'에서 이뤄졌다.
 
때로는 고성이 오갈 수도 있고 반발이 나올 수도 있지만 서로가 격을 갖추고 의견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도 대통령의 모친상에 위로를 보낸 야당 대표들과 그를 고맙게 받아들이며 서로 함께 할 것을 제안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이날 이시간만의 모습이 아닌 앞으로 한국 정치의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국민의 피로감을 풀어주는 것도 정치인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SW
 
hcw@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