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청와대 답변에 존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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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청와대 답변에 존폐 걸렸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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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청원 20만 넘어 ‘소비자만 불편’ VS ‘과당 경쟁 막아’
지난 11월 열린 '서점의 날' 행사. 사진 / 뉴시스
지난 11월 열린 '서점의 날' 행사.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고 중소 서점과 출판사의 상생을 위해 도입된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책 소비 기피로 독서시장의 하락세를 부추기고 소형 서점 및 출판사의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으며 웹툰, 웹소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더 큰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현행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는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해야하며,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해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 이내로 해야한다'고 명시해 발매일과 관계없이 모든 서적은 10%의 가격할인만 가능하게 했다. 이는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의 할인 공세를 막으면서 오프라인 소형 서점과 소형 출판사들을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실시 후 도서시장은 오히려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서인구는 2013년 62.4%에서 2015년 56.2%, 2017년 54.9%로 감소했고 도서 초판 평균 발행 부수는 2014년 1,979부에서 2017년 1,401부로 감소했다.

여기에 평균 책값은 2014년 15,600원에서 2017년 16,000원으로 올라갔지만 출판사의 매출 규모는 2014년 4조2300억원에서 2016년 3조9600억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당시 이상헌 의원은 "도서 정책의 기본 방향은 책읽기를 권장하는 것인데 현행 도서정가제는 책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지역서점은 2014년 1,625개에서 2017년 1,535개로 감소했고 오프라인 서점 수는 2009년 2,846게에서 2013년 2,331개, 2017년 2,050개로 감소했다"면서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시장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부정적이기 그지없다. 독서시장은 도서정가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전자책 출판사에 '전자출판물의 도서정가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로 인해 현재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웹툰, 웹소소설에도 도서정가제가 실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도서정가제 폐지 주장이 더 강해졌다.

현재는 웹툰, 웹소설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무료로 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실시될 경우 편당 결제를 해야 웹툰 및 웹소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웹툰업체들과 독자들의 주장이다.

웹툰협회는 "웹툰을 기존의 전자책 범주에 넣을 수 있느냐는 문제부터 생각해야한다. 웹툰은 회별 부분 무/유료 서비스 등 마케팅 수단이 다양한데 이를 일괄적으로 묶어 적용하는 것은 시장을 교란시키고 웹툰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일반적인 종이책 및 전자책과 웹툰의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당국이 전혀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전자출판도 원래 처음부터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전자책을 도서로 봐야하는지 컨텐츠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그 부분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도서가 굉장히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도서 정가가 크게 오른 것은 아니다. 물가 반영이 거의 안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무분별한 가격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생긴 것이다. 어떤 것이든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기에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려보고 그에 맞추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동일 도서의 전국 균일가 판매 제도'인 '완전 도서정가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이것은 진흥원의 의견이 아니며 공청회에서 나온 하나의 제안일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은 어느 정도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자책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프랑스는 출판한 지 2년이 경과된 책은 오프라인에서 제한없이 할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영미권은 저렴한 페이퍼백을 출고해 독자들의 책 소비를 증가시키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서정가제가 소형 서점이나 출판사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온라인 판매만을 막으려는 '탁상공론'에서 나왔다는 비판과 함께 ‘대중들의 책 접근성을 막으려는 제도’라며 ‘신(新) 우민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한쪽에서는 "책 소비 감소는 책을 읽지않는 현 상황이 문제지, 도서정가제의 폐해는 아니다", "마일리지 등으로 할인 혜택을 주는 대형 서점의 틈바구니에서 소형 서점이 살아남으려면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효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과당 경쟁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호응 속에서 청와대의 답변에 따라 출판계에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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