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서울 집값 폭등, 청년세대는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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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서울 집값 폭등, 청년세대는 허탈하다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2.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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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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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아파트값 또 오르겠는 걸”

2년 전,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로 불리는 지역에 아파트를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이 한 말이다.

“설마요, 그럼 서울 아파트가 도대체 얼마까지 상승할 수 있나요. 지금도 집값이 말문이 막힐 지경인데...” 나의 반응에 지인은 의미가 담긴 웃음만 지었다.

무슨 자신감일까? 서울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디플레이션 현상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 이어진다고? 찜찜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집값 정책은 실패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강남 4구에 아파트 한 채를 산 또 다른 지인은 1년 만에 10억이 올랐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어디 아파트는 몇 억 올랐대!” 하는 소식이 들려오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였다. 서울 집값의 상승세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아파트가 거주 수단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좌파정부 집권 시기에는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불러온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 중 2018년 3월 29일 관보를 통해 공개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용을 보면 총 인원 102명 중 43%가 다주택자다.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취임 직전 다주택자였다. 다주택을 소유한다는 것은 집이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 투기로 이어짐은 명백한 사실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약 10억 원에 육박한다. 집값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가격이 약 10억 원이라지만, 서초동 등 강남구 신형 아파트는 30억대가 즐비하다. 강남의 25평 아파트가 34억 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서울 하늘을 가로막고 줄을 지어 점령하고 있는 아파트 밀집 광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돈으로 이뤄져 있다.

서울 집값의 고공행진은 무슨 이유이며, 도대체 언제까지 가격은 치솟을 것인가.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몰린다. 지방경제가 좋지 않아서일까. 일자리가 그래도 서울이 많으니 주택 수요는 떨어지지 않은 것일까. 어쨌든 수요가 늘어나니까 집값은 폭등하는 것이다. 게다가 강남 불패 신화는 꺼지지 않고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웃듯 집값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집값은 이미 세계 최고 가격을 향해 달리고 있다. 현재 세계 도시 주택 순위에서 서울은 7위를 기록했다하니, 서울 주택 가격이 얼마나 폭등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 상승은 계속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서울의 아파트는 투자, 투기 대상임은 확실하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소유하고 있으면 최대 50% 이상 이득을 얻는 현실을 목도하는 청년세대는 허망하다. 성실히 노력하고 땀 흘리며, 알뜰히 저축하여 집을 장만하는 시절은 옛말이 되었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이에 머리가 멍할 정도로 기막힌 실정은 청년세대의 꿈과 희망마저 앗아간다.

청년들의 결혼 포기 이유 중 핵심은 청년 주거 빈곤 문제다. ‘지옥고’라 불리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층의 좌절은 너무도 깊어, 이젠 해탈의 경지로 들어서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어느 청년은 ‘지옥고’ 회전문을 돌고 돈다고 한다.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서 벗어나 옥탑방으로 옮긴다. 그러나 여름엔 무더위, 겨울에는 추위에 시달린다. 지하방으로 이사하니 습하고 곰팡이가 심해 다시 고시원으로 간다. 조금 나은 집을 임대해 주거하는 청년들은 수입의 절반가량을 월세로 지출하는 상황에서 결혼은 생각할 수도 없다.

서울의 아파트는 부의 세습 수단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일하고 저축해야 집을 장만할 수 있겠는가.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가 집을 스스로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아파트 값이 상승하면 ‘자식에게 물려주면 된다’는 심정이 아닌가. 그래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고 확실한 재테크 수단이 된 것이다.

2020년 부동산 전망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다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팔 생각이 전혀 없으며, 향후 집값은 계속 오르리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여전히 믿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 대도시로 몰리고, 부와 욕망의 상징 강남에 살고자하는 수요가 잦아들지 않는 한 집값 상승은 막을 수 없을 터다.

도대체 어디까지 서울 집값이 오를지는 예상이 불가능하지만, 언제까지나 무한정 폭등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17세기 유럽을 뒤흔들 정도로 최악의 투기 사건이던 네덜란드 ‘튤립 투기’ 파동은 시사점이 크다. 당시 귀한 대접을 받았던 튤립 구근 한 뿌리가 지금으로 치면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었던 거품 경제의 대표적 사건이었다.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닌, 거주하는 곳이다. 필자는 최근 강원도 영월을 다녀왔다. 영월이 한국의 슬로시티(slow city)중 한 곳으로 지정돼있다는 사실도 다녀 온 후에 알았다. 기온이 많이 내려간 날씨에도 햇살은 따사롭고, 수려한 산과 계곡 풍경은 고요히 흐르는 동강을 배경으로 맑게 빛나는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그렇게 조용히 빛을 발하는 풍경은 정말이지 느림의 미가 무엇인지 일깨워주기 충분했다. 단종애사와 김삿갓의 일생이 담긴 유적지는 그곳의 스토리텔링을 말해주고 있었다.

폭등하는 집값에 신음하며 꼭 도시에 살아야 할까. 영월만 해도 서울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고,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으며,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문만 하면 무엇이든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바꾸면 될 일이다. 도시에서 일해야만 하는 청년세대를 위하여 저렴한 청년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노년세대는 외곽지역으로 물러나 슬로시티에 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월처럼 슬로시티가 많이 늘어나면 굳이 대도시에 살며 온갖 욕망과 갈등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문재인 정부가 되풀이하지 말기를 희망한다. 자고나면 오르는 서울 집값은 청년세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집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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