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미술사, 한국 비디오 아트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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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미술사, 한국 비디오 아트 30년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9.12.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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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한국의 비디오 아트는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발전했을까? 그들은 어떻게 한국 미술사를 바꾸었을까?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 30년을 조망해보는 기획전이 지금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 시간 이미지 장치>가 그것이다.

1970년대 한국미술계에 등장한 비디오 아트는 실험과 새로움, 대안의 의미를 가지며 당대 현대미술의 지형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TV, VCR, 비디오 카메라, 컴퓨터 등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변모했다. 7,80년대 이른바 '영상 미디어'가 발전한 상황에서 비디오 아트는 미술이 캔버스를 벗어나 영상과 결합하는 실험을 시도했고 이는 곧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 거리를 제공했으며 영상이 미술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한국 현대 미술사를 바꿔나갔다.

이 전시는 시간성, 행위, 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1970년대 비디오 아트에서 시작해 1980~1990년대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 영상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한 1990년대 후반 싱글채널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세대별 특성과 변화를 조명한다.

박현기, 무제, 1979, 돌(14개), 모니터(1대), 120x260x26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박현기, 무제, 1979, 돌(14개), 모니터(1대), 120x260x26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비디오 아트하면 우리는 '백남준'이라는 이름을 먼저 기억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이강소 등 작가들에 의해 비디오 아트가 태동하고 있었고 퍼포먼스,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실험하는 장인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리기도 했다. 

첫 주제인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은 바로 백남준 이전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비디오 아트가 어떻게 태동했는지를 돌과 (모니터 속) 돌을 쌓은 '비디오 돌탑' 시리즈로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한 박현기의 초기작 <무제>(1979),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김구림의 대표작 <1/24초의 의미>(1969)와 <걸레>(1974/2001), 그리고 곽덕준, 김순기 등의 초기 비디오 작품 등을 통해 살펴본다. 

태동된 비디오 아트의 새로운 경향은 두 번째 주제인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에서 만날 수 있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중반은 기술과 뉴미디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탈 평면, 탈 장르, 탈 모더니즘이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 때였다. 조각이나 설치에 영상이 개입되는 '장치적' 성격의 비디오 조각, 비디오 설치가 주류를 이루었고 이는 탈 평면을 표방하며 혼합매체와 설치, 오브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당시 소그룹 미술운동의 작품 경향과도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

비디오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을 비롯해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 제작된 육근병의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1988), 송주한 최은경의 <매직 비주얼 터널>(1993) 등 미술과 영상, 미술과 과학이 결합된 작품들이 그 역사를 증거한다.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비디오, 38분, 미국 영상자료원 소장.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비디오, 38분, 미국 영상자료원 소장.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영상을 독립적으로 다루거나 영상 내러티브가 강조된 싱글채널 비디오도 있지만 조각 및 설치와 함께 영상의 매체적 특성을 활용한 비디오 조각/비디오 설치에 주목한 작품들도 있었다. 조각의 '움직임'에 주목한 문주, 안수진, 김형기, 올리버 그림, 나준기 등의 비디오 조각들이 세 번째 주제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의 핵심이다.

1990년대 중후반 성, 정체성, 여성주의 담론의 등장과 함께 신체 미술과 퍼포먼스에 기반을 두고 전개된 비디오 퍼포먼스를 살펴보는 '신체/퍼포먼스/비디오'와 역시 90년대 중후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국내 및 국제적 쟁점과 역사적 현실을 다룬 비디오 작품을 살펴보는 '사회, 서사, 비디오'는 비디오 매체를 통해 몸의 움직임, 세상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갖게 한다.

정보통신매체와 영상매체의 확산 속에서 비디오 아트는 대중문화와 기술의 결합을 표현한다. 이불은 노래방을 제작, 설치했고 김태은, 김지현, 이이남, 심철웅 등은 광고, 애니메이션, 홈쇼핑 등 소비와 문화적 쟁점을 다루었다. 여섯 번째 주제 '대중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다.

유비호, 검은 질주, 2000, 3채널 비디오, 4분 3초, 작가 소장.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유비호, 검은 질주, 2000, 3채널 비디오, 4분 3초, 작가 소장.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마지막 주제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는 시간의 왜곡과 변형, 파편적으고 분절적 영상 편집, 소리와 영상의 교차충돌 등 비디오 매체가 가진 장치적 특성을 온전히 활용한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을 살펴본다. 그렇게 관람객들은 미술관을 돌며 30여년간의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와 변화를 느끼는 것이다.

뉴미디어 시대의 탄생, 각종 담론의 등장과 급변하는 세계, 대중문화의 발달과 기술의 발달 등이 어우러지면서 발전해간 한국 비디오 아트.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인식하지 못했던 30년의 미술사를 이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2020년 5월 31일까지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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