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놀이기구 타면 위험? 장애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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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놀이기구 타면 위험? 장애인 차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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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탑승 불허한 관광시설에 '탑승제한 금지, 장애인식개선 교육' 권고
장애인의 탑승을 금지한 놀이시설 안내판. 인권위는 최근 청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 불허를 '차별'로 판단했다. 사진 /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장애인의 탑승을 금지한 놀이시설 안내판. 인권위는 최근 청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 불허를 '차별'로 판단했다. 사진 /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청각장애인에 대한 놀이기구 탑승 불허에 대해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는 지난 5월, 충북의 한 관광시설에서 장애를 겪고 있다는 이유로 알파인코스터 탑승을 거부당한 2급 청각장애인 A씨의 진정에 대해 "피진정인이 알파인코스터 놀이기구에 청각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하고, 미성년자인 진정인의 자녀에게만 탑승 제한 사유를 설명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1항, 제24조의2 1항을 위반한 것으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씨는 어린이날이던 지난 5월 5일 가족과 함께 관광시설에 가서 알파인코스터를 타려했지만 장애를 겪고 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했다. A씨와 A씨의 부인은 둘 다 청각장애 2급이며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두 자녀는 비장애인이었다. 

시설 관계자는 A씨 부부의 탑승을 거부하면서 A씨 자녀들에게 "청각장애로 탑승카트 간 충돌 방지를 위한 운영요원의 음성 관제방송을 청취할 수 없어 탑승할 수 없다"고 밝혔고 결국 자녀 2명만 알파인코스터에 탑승했다.

시설 측은 "탑승카트 간 충돌 방지를 위해 실시간 음성방송으로 관제를 진행하는 알파인코스터 시설 특성 상 안전의 이유로 청각장애인의 탑승이 어렵다고 판단해 청각장애인인 A씨와 그 배우자의 탑승을 제한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안내방송 청취에 어려움이 있어 서행유도 및 정지안내 방송 미청취로 인한 충돌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차별이 아니라 이용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홈페이지에 '청각장애'를 알파인코스터 이용제한 사유로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공개된 홈페이지 화면에 특정 장애종류를 직접 명시하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알파인코스터 탑승카트에 안전벨트가 장착되어 있고, 가속과 제동을 하는 스틱만 설치되어 있어 조작이 간단하며, 탑승 전 충분한 설명을 통해 청각장애인의 응급 상황 대처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운전미숙 또는 안전사고 비율이 높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개인에 따라 청각의 차이가 있기에 탑승 거부에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고려가 필요한데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탑승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시설 측은 사전에 탑승 제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들과 필담 등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려는 노력 없이, 피해자들의 미성년 자녀에게만 구두로 제한 사유를 설명했다. 이는 당사자를 제쳐두고 미성년 자녀와 의사소통해 보호자인 피해자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시설 측에 "향후 청각장애인이 놀이기구 이용 시 탑승을 제한하지 말 것, 전 직원에게 인권에 기반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올 5월 유명 놀이시설들이 청각장애를 이유로 탑승을 제한하고 수어통역 등 서비스가 부재한 것이 대해 '청각장애인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권고와 이 진정의 결과에 따라 유명 놀이시설들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마련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청각장애인과 소통하지 않고 막연하게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배제하려 하는 것과 필담 등을 통해 당사자와 대화하려하지 않고 비장애인 자녀에게 말을 하는 등 청각장애인과 아예 대화를 하지 않고 넘어가려는 관행에 일침을 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번 권고가 나왔기에 우리 진정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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