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도서 반입 금지'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 태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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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도서 반입 금지'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 태우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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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음란물 및 금지물품 반입 문제 해결 위해 필요"
인권단체 "수용자 도서접근성 막아 헌법 위배, 책 구매로 경제적 부담 및 불평등 만들어"
법무부가 지난달부터 시행한 '수용자 도서 구매제도 개선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동부구치소. 사진 / 뉴시스
법무부가 지난달부터 시행한 '수용자 도서 구매제도 개선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동부구치소.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법무부가 지난 11월, 교도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우송 및 차입 방식의 도서 반입을 허용하지 않고 영치금을 통한 도서 구매만을 허용한 '수용자 도서 구매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음란서적 및 불법 제작 도서의 반입 시도, 도서를 통한 금지물품 반입 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용자들의 도서 접근성을 막는 것은 물론 수용자들의 영치금 부담을 늘리고 교화의 목적과 전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위헌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수용자 도서 구매제도 개선방안'을 전국 교정시설에서 실시했다. 법무부는 "수용자 수발대행업체 등을 통한 금지물품 및 음란서적 반입으로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와 수용자 교정교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수용자 우송, 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지물품 반입이 194건이 나왔고 수발업체 고발이 8건이 나왔다. 지난 1월 한 구치소에서는 영치품 담당자가 보안 검색을 하던 중 도서 뒷면 표지에 은닉되어 있던 하얀색 가루를 발견했고 그 가루가 마약으로 밝혀진 사례가 있었으며 9월에는 한 교도소에서 거실검사를 통해 제본된 도서에 음란물이 저장된 USB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법무부는 "교화 목적에 맞지 않는 도서 반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장비 개선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수발대행업체의 무분별한 도서 반입 및 대여(음란물 및 불법 제작물), 불법 제작 도서의 지속적 반입 시도, 우송 및 차입 물품 교부에 따른 금지물품 반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치금을 통한 도서 구매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용자 가족들, 인권단체 등은 이 방안이 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해 수용자의 도서접근성을 막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인권단체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수용된 수용자들에게 소설책을 차입하려했지만 '교정시설이 선정한 특정 서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도서'라는 이유로 차입이 되지 않았고 이미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종교도서, 여성학 도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반입이 되지 않았다.

전쟁없는세상 관계자는 "해당 교정시설에서 거래하는 곳에 책이 없으면 사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절판된 책이나 오래된 책을 반입하는 것도 못하게 하는 것은 수용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게 하는 것이다. 책 반입이 부정물품 반입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닌데 법무부가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고 행정편의주의로 접근했다. 종교서적, 소설책도 반입이 안 된다는 것은 내용도 보지 않고 무조건 반입을 불허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밨에 없다. 영치금으로 책을 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책을 사야한다는 것은 올바른 도서접근성 보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책을 받지 못한 수용자들은 법무부 지침이 수용자의 알 권리와 정보접근성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전쟁없는세상은 도서차입불허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의정부지법에 제기했다. 

인권단체들은 "영치금이 없거나 적은 수용자가 외부로부터 도서를 선물받을 길이 사라졌고, 중고 도서를 민원실 차입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금지되어 수용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법무부 지침은 교정시설의 질서유지라는 공익이 불분명한 반면 이로 인해 침해되는 수용자들의 알 권리 및 정보접근권은 중대하게 침해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해되고 교도소 내 도서관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법무부 지침은 영치금이 있는 수용자만 도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영치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별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비판이 커지자 법무부는 "모든 수용자의 도서 반입을 제한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접근이라는 우려에 대해 우송, 차입도서 반입 제한 예외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 수용자 도서 접근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률도서 등 수용자 권리구제를 위한 도서, 외국인 수용자를 위한 외국어도서, 시각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도서, 소장이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도서(종교서적, 학습에 필요한 수험서 등) 등의 경우 수용자의 신청에 의한 상담을 통해 우송, 차입도서 반입이 허용된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의 서채완 변호사는 "법무부 지침은 '반입 불허'가 원칙이고 민원인들에게 '반입 금지가 원칙'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래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절차를 거치고 상담을 해야하는데 굉장히 제한적이고 까다롭다. '법률도서 등 수용자 법률 구제 및 인권보장을 위해 필요한 도서'라고 하는데 어떤게 법률도서고 인권도서인지 딱 보고 알 수 없으니 결국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법무부는 예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을 보면 우편이 다 반송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도 마약사범의 경우 재범 우려를 이유로 도서 반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접근성을 막는 행위이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법무부의 이번 대책은 자칫 독서를 통한 교화를 오히려 막을 수 있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SW

ldh@economicpost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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