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장애인 문화 향유'의 높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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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는 '장애인 문화 향유'의 높은 벽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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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공연장 등 '비용 문제' 들며 난색, "구체적 지원 등 법률로 제시해야"
시각장애인을 통한 촉각자료를 통해 '광장'전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자료를 통해 '광장'전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장애인의 문화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각 기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이 문화를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이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0월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 <그믐, 또는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은 공연 기간 중 이틀 동안 장애인 관객을 위해 공연 자막과 음성을 입힌 '배리어 프리 방식'을 도입했다. 객석 맨 뒤 12개 좌석에 자막이 나오는 스마트폰 단말기를 설치하고 FM수신기를 배치해 시청각 장애인도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공연된 네 작품에 배리어 프리 공연을 시도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 3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전시해설 수어통역'을 제공해온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진행 중인 50주년 기념전 <광장:미술과 사회 1900-2019>와 연계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품 감상 보조자료를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에서 제공하고 있다.

보조자료는 각 관별 <광장> 1, 2, 3부 전시 소개와 전시장 지도, 주요 출품작 설명을 점자와 큰 활자, 촉각 인쇄물, 시각장애인에게 특화된 음성해설로 제공한다. 이중섭의 <세 사람>, 신학철의 <묵시 802>, 날리니 말리니의 <판이 뒤집히다>, 요코미조 시즈카의 <타인2> 등이 작품 감상을 위한 촉각자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문화 생활을 즐기기에는 아직 높은 장벽들이 남아있다. 영화관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청각 장애인이 사용하는 스마트 안경 등을 제공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영화관들은 비용 부담과 관객 방해 등을 이유로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한 장애인용 버전도 1년에 29편, 전체 개봉영화의 1.5%에 불과하고 영화 상영시간도 불규칙해 장애인들이 직접 시간과 장소를 확인해야 겨우 영화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형 공연장의 경우 장애인석을 마련하고 자막 등으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소규모 공연장의 경우 장애인이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하 공연장의 경우 대부분 계단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은 아예 공연을 보는 것을 포기해야하는 곳도 있다.

공연장들은 역시 '비용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장비 구입 등의 추가 비용과 더불어 리모델링 등을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에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24조 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3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문화 예술시설을 이용하고 문화 예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한다'고 밝혀 국가와 지자체, 문화예술사업자에게 장애인이 문화향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장애인계에서는 추상적인 법률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장비 등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구체적인 내용의 법률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장애인도 엄연히 문화를 즐길 권리가 있는 이들인만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의 전환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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