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시뮬라시옹’ 진격 나팔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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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시뮬라시옹’ 진격 나팔 부나?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1.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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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표적 시뮬라시옹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의 시뮬라시옹 우려
1973년 3월15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법무 보좌관 존 딘이 미 의회의 워터게이트 조사에서 증언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 / AP
1973년 3월15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법무 보좌관 존 딘이 미 의회의 워터게이트 조사에서 증언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 / AP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시뮬라르크(Simulacra)’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일종의 가상물로 ‘진짜 가짜’의 상태이다. ‘시뮬라시옹(Simulation)’은 ’시뮬라크르 하기‘ 즉, 실재가 실재 아닌 가상실재인 시뮬라크르로 전환되는 작업이다. 잠실 롯데놀이공원 같은 것은 대표적 시뮬라크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그 처리과정이 묘했다. 1972년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밥 우드워드는 집요했다. 그에게 물린 닉슨은 우왕좌왕하다가 거짓말을 반복했다. 결국 탄핵이 시작됐고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 포드가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되었으며 모든 것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희한하게도 민주주의의 탄성을 회복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저자이자 사회비평가인 장 보드리야르는 이를 그냥 보지 않았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실체는 우연한 탈선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세계 최고 민주주의 집단이 언론과 권력 등의 시뮬라시옹을 통해 은폐했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즉, 언론이나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닉슨의 개인적 탈선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제 ‘공수처 시대’가 막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이 연관돼 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이나 ‘드루킹 사건’ ‘조국사태’ 등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막막해졌다고 사람들은 걱정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부 부패한 측근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프레임’을 짠다”며 “거추장스러운 감시의 ‘눈’을 마비시키는 것인데 하나는 검찰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의 시뮬라시옹 진격 나팔은 이미 오래 전 누군가가 불어 제꼈을 것이다. 우리 미숙한 민생들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아예 듣지도 못했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어용언론이나 권력 등을 엎고 시뮬라시옹해 나가려하는지 아니면 정상적 궤도로 가는지 국민들은 지켜 보고 있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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