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선 D-100, 이성과 추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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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총선 D-100, 이성과 추종 사이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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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 국회
사진 / 대한민국 국회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여론을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거울이다. 지난해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파 후보들이 압승을 거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홍콩 시민들의 민심을 확인하고 세계에 홍콩이 자유도시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상징이 됐다.

한국도 한 때 이 같은 고양감을 느꼈다. 지난 2018년 6월 치러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그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책임을 진 보수정당은 해당 선거로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동시에 촛불혁명의 물결로 일어난 정부여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당 해 선거 결과는 축제 분위기와 같았다. 하나로 모인 민심이 확인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선거결과로 시민사회 모두 ‘보수정권 세력을 심판한다’는 이성적인 국론이 모여 통합하는 형세를 이뤘다.

그런데 불과 2년여 만에 이 같은 국론 통합은 21대 총선에서 분열된 모습으로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20대 국회에서 여야는 식물국회, 동물국회란 오명을 헌정사에 남겼다. 여기에 남녀갈등, 청년·기성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으로 집권여당과 그 지지자들은 ‘내로남불’이란 오명도 얻었다.

거대보수야당은 집권여당에 등을 돌린 여론을 거두는 등 이를 기회로 활용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극우파 추종세력을 동원해 국회 난입을 시도하는 등 콘크리트 지지층만 안고 가겠다는 ‘마이 웨이(My Way)’ 노선만 고집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총선은 이성의 향연이 아닌, 양대 파벌의 추종만 가열되는 난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대안과 중도가 이를 봉합할지도 미지수다. 정치 불신이 투표 거부로까지 커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인식한 중도-보수야권은 집권여당이 외면한 ‘청년’, ‘공정’이란 대의에 기치를 걸고 있다. 현 정부와 집권여당도 총선을 앞두고 지난 날 외면한 두 문제를 의식하듯, 신년 연설에서 ‘청년’과 ‘공정’을, 인재 영입에서 해당 주제들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강조에 시민사회가 귀를 기울일지는 두고 볼 일이겠다. 여야 모두 100일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이성적인 판단으로 오명을 회복할지, 혹은 치적만 강조하고 추종자만 감싼 끝에 총선을 맞이할지 말이다. 남은 100일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시기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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