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시행해도...‘위험의 외주화’·‘외주화의 위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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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시행해도...‘위험의 외주화’·‘외주화의 위험’ 여전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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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
위험작업 범위, 작업 중지 명령범위 한정·축소
위험의 외주화 ‘버젓’...외주화의 위험도 높여
사진=김용균재단
사진=김용균재단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청년 노동자 故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이 16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노동계가 외쳐온 김용균법은 법안 추진 과정에서 개악돼 ‘위험의 외주화’, ‘외주화의 위험’ 문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강한 실정이다.

김용균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원청에 책임을 무겁게 물리지 못한 것을 강화했다. 기존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범위는 22개 위험장소로만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용균법은 위험장소를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위험작업의 사내도급도 원천 금지시키도록 했다. 원청에 대한 산재 처벌 수위도 기존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의 솜방망이에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높였다. 산재사망의 경우 처벌 수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다.

문제는 원천 금지시킨다는 위험작업의 도금작업, 중금속 가공작업 같은 화학작업에만 한정시킨 것이다. 이 밖에 조건부 위험작업 도급 대상도 황산·불산·염산 등을 취급하는 설비 관련 작업에만 한정시키는 등 한계를 안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재해 중 위험업무가 빈번한 제철소와 조선소, 김용균 씨가 사망한 발전소 등 실질적인 위험 작업장을 법에 반영시키지 않는 꼴이다. 여기에 산재 발생 방지를 위한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 범위도 전면 중단이 아닌, 부분 작업 중단으로 협소해졌다.

이 같은 사업장 적용의 사각지대는 법의 취지인 산업 현장 안전 제고, 위험의 외주화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故 김도빈 노동자가 인터넷 설치 작업 중 사망했음에도 김용균법 대상자로 적용받지 못했다.

더불어 위험의 외주화 근절은커녕, 외주화 구조를 통한 위험생산 및 관련되는 파생문제도 마찬가지로 근절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실례로 한국서부발전은 보도를 통해 김용균 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이후 근무 직원을 본사·하청·건설 노동자로 3등급화 해 산재 사망 시 감점계수를 차등하는 ‘신분별 감점계수’ 시스템을 부서별 평가에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균법 시행에도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보호 정도는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비정규직 단체인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 밝힌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1243명 중 73.4%가 ‘직장 내 안전·보건 문제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산재사망사고 방지 조치를 위한 해결책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1순위(54.5%)로 꼽았다.

노동계는 개악된 김용균법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김용균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 15일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김용균재단 등 40개 노동시민단체는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산안법 개정안은 구의역 김 군, 김용균, 조선업 하청노동자도 없다”며 김용균법 및 하위법령 개정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용균재단은 시행 당일인 16일 성명을 통해 “산재사망사고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한형 형사처벌 조항은 경영계 반대로 빠졌다”며 “위험작업들도 도급금지 업무에 해당하지 않아 도급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정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민영화된 기업의 이익을 저울질하기 때문”이라 비판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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