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北 외무상에 리선권...‘통남봉미(通南封美)’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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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北 외무상에 리선권...‘통남봉미(通南封美)’ 사인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1.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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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논설위원
양승진 논설위원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북한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교체됐다. 군 출신으로 남북군사실무회담 대표를 맡기도 한 그는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평통을 이끌어 온 인물로 남북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주로 대남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2018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막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8개월만인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가하면서 신변이상설을 불식시켰다.

리선권이 주로 대남관계에서 활동해온 인물이어서 외무상 임명은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여서 한편으로는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 시작될 가능성도 크다.

일단 리선권 임명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한치 앞도 기대하기 어려운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미 입장은 더욱 강경해지고 비핵화 회담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리선권은 향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려는 군부의 입장을 반영할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교다변화 전략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고립된 북한이 외교수장을 바꾼다고 선뜻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남한이 개별 북한관광이라는 초미의 카드를 꺼낸 직후 북한이 외교수장을 바꿔 남한과의 관계를 새롭게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일단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관광을 활용한다면 남쪽과 안면을 튼 리선권을 통해 일정부분 수용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또한 남쪽 관광객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들어가게 되면 군사 분야에 밝은 사람이 일을 할 경우 바로 실행할 수 있고, 3국을 경유할 경우엔 외교적 문제는 물론 외국인 남북 연계관광 등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을 등한시하는 남한과의 관계는 남한의 몫이지 북한의 몫은 아니다. 설령 통남봉미(通南封美)를 할 경우 미국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한다고 해도 작금의 형국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도 ‘5.24조치를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는 등 새로운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 2월이면 뭔가 확 풀린다는 소문이 많다면서 남한과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소리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듣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쫓기고 있는 양상이어서 해가 바뀌면서 뭔가 결론이 날 것이란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남북-북미-북중 정상회담을 여러 번 했지만 결국 빈손이어서 주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실망감이 많다는 것이 이유고, 올해 신년사를 하지 못한 것도 지난해 총화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게 없기 때문이란 소리도 있다.

어쨌든 리선권 외무상은 냉면은 잊고 지금 남북관계가 이게 뭡니까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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