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생각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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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생각나는 이유
  • 시사주간
  • 승인 2020.01.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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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낙관론 계속하는 대통령 현실인식 거리감
통계청, 산업부 등의 통계와도 어긋나
거짓 통계나 분식 통계 등 엉터리 보고 의심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록위마(指鹿爲馬)’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어제도 우리 경제 낙관론을 계속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식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인다”며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출 호조”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로는 자동차와 조선업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산업은 2009년 279만5914대 이후 10년 만에 연간 400만대 생산을 하회했다. 국내 차 산업 생태계 위축이 눈에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은 “고부가가치 선박 대부분을 수주하며 2년 연속 세계 1위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으나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사의 수주량은 943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으로 2018년(1308만GCT)보다 오히려 줄었다. 전자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다.

신년사에 이어 지난번 기자회견에서는 “신규 취업자가 28만명 증가해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 청년고용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라고 말했으나 이 역시 세금을 퍼부어 늘린 단기 알바 60대 이상 취업자 40만8000명을 밟고 넘어간 자화자찬이었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청년층은 4명 중 1명이 논다. 지난해 30·40대에서 취업자가 21만5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는 전년보다 23만8000명 늘어난 209만2000명에 달했다. 20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3년 이후 15년 만이다.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 역시 560만5000여명으로 전년보다 3만2000여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수는 1995년 이래 2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는 통계청 자료다.

대통령은 벌써 3번째나 비슷한 말을 되풀이 하고 있는데 정말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대통령은 정말 지금 현재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 것일까. 누군가가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비판 언론, 더 정확히 보수 언론의 기사는 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설마 그러리라 했는데 이젠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상당수의 언론이 대통령의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하나하나 사례를 들면서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지적한 부분들에 참과 거짓, 과장, 오도, 의도적인 왜곡 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 그저 한 번 읽어만 봐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같은 말을 3번이나 되풀이 한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거나 그도 아니면 누군가가 거짓 통계나 분식 통계를 내밀어 엉터리 보고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가지게 된다.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면 우길수록 점점 더 잘못은 커진다. 윗사람의 질책이 두려워 거짓 통계나 분식 통계를 내밀면 결국에는 자신의 목으로 칼날이 돌아 온다. 누구도 감히 ‘지록위마’의 주인공인 조고(진시황제가 죽자 정적을 몰살시키고 승상이 된 자)의 말에 반대하는 자가 없었다. 그러나 세월은 거짓의 복면을 벗긴다. 조고의 말로가 그랬다. 거짓은 일시적으로는 모면할 수 있지만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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