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코알라, 수달, 멧돼지의 '애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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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코알라, 수달, 멧돼지의 '애먼 죽음'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 승인 2020.01.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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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골드코스트 지역에서 발견된 코알라. 등이 그을린 어미 코알라가 아기 코알라를 보호하듯 안고 있다. 사진 출처=the Sun
호주 골드코스트 지역에서 발견된 코알라. 등이 그을린 어미 코알라가 아기 코알라를 보호하듯 안고 있다. 사진 출처=the Sun

[시사주간=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산불에 타 죽은 친구를 옆에서 지키고 있는 코알라와 죽어간 생명에 대한 연민과 애도의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지난 16일,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를 입은 호주 빅토리아주에 단비가 내렸다. 저기압이 확장하면서 더 넓은 지역에 비가 내릴 것이라 하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호주 산불로 지금까지 불에 탄 면적은 1천만 헥타르, 10만㎢로 남한 크기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29명이 사망하고 5,600여개의 건물과 최소 2,000여 가옥이 전소됐으며, 시드니의 공기 상태는 37개비의 담배를 피는 것과 맞먹는 정도라 한다. 

사람들의 고통도 크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야생동물이다. 집계가 각각 다르기는 하나 언론 보도를 모아보면 이번 산불피해가 집중된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만 8억 마리, 호주 전체로는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다. 

코알라는 산불의 최대 피해자다. 유칼립투스 숲이 펼쳐진 호주 동·남부 코알라 서식자와 이번 화재 지역과 80%가 겹치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많은 유칼리 숲은 불에 더 잘 타는데, 코알라는 잠자는 시간이 많은 데다 이동속도도 느리니 나뭇가지를 타고 번지는 산불을 피해가기 어렵다. 호주의 갈라파고스로 알려진 “캥거루 아일랜드” 도 섬의 절반이 불에 탔다. 이 때문에 섬에 살던 코알라의 절반인 2만5천마리가 불에 타죽었다고 한다.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지역 코알라의 30%인 8천여 마리 정도가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전체 코알라 7만5천여마리 중 45%가 희생되었다는 기사도 보인다. 
  
호주 코알라재단은 2014년 이미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된 코알라의 개체 수가 5만 마리 이하로 줄어들었다면 사실상 ‘기능상 멸종’ 상태로 돌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먹이를 찾을 수도, 자연 속에서 번식하며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산불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 근본 원인에 다른 의견은 없다. 모두 기후변화를 꼽았다. 호주 석탄산업을 옹호하며 기후위기를 부정해 온 현 보수집권세력도 뒤늦게나마 인정했다. 호주에서 매해 산불이 반복됐지만, 역대 최악의 이상 고온과 건조 현상은 산불을 극대화하는 조건을 만들었다. 동시에 대형 산불은 그 자체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기후위기의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연기는 이미 남반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이는 오래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자연재해가 닥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호주는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 중 하나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다. 

호주가 수출하는 화석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한다.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이 한국과 함께 꼽은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의 환경단체인 ‘저먼 와치(GermanWatch)’가 61개국 ‘기후변화 대응지수’를 평가한 순위도 호주가 53위이고 우리나라는 58위로 둘 다 꼴찌 수준이다. 한국이 ‘강 건너 불구경’ 만 하면 안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20일 전주 삼천 이동교 하상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수달. 몸길이 112㎝에 몸무게가 9.2㎏에 이르는 어른 수컷이다. 3년 동안 이 구간에서만 수컷 수달 네 마리가 로드킬로 목숨을 잃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지난해 12월 20일 전주 삼천 이동교 하상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수달. 몸길이 112㎝에 몸무게가 9.2㎏에 이르는 어른 수컷이다. 3년 동안 이 구간에서만 수컷 수달 네 마리가 로드킬로 목숨을 잃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호주에서 애먼 야생동물이 죽어가는 사이 한국에서도 죽어가는 동물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아침, 전주 삼천 이동교 아래 언더패스(하상도로)에서 사람들과 눈까지 맞추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 로드킬이 발생했다. 

활동이 활발한 새벽녘에 사고를 당했는지 허리가 부러졌으나 몸은 굳지 않았고 온기도 남아 있었다. 하천과 연결된 빗물 수로(水路)를 통해 도로에 들어왔다가 하천과 도로를 차단해 수달을 지키겠다는 안전펜스에 막혀 천으로 나가지 못하고 차에 치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사이에 2km 남짓한 삼천 언더패스 구간에서만 4마리가 로드킬로 비명횡사했다. 다 자란 어른에서 막 어미 품을 벗어난 녀석까지 세 마리를 내 손으로 거둬서 보냈다. 전주천에 수달이 돌아온지 12년, ‘도심하천의 기적’이니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의 선물’ 이라며 호들갑만 떨었지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일상적인 관리에는 소홀했음을 죽음으로 말한 셈이다. 

보통 고수부지라고 부르는 수변은 하천에 사는 생물들의 서식지이자 은신처, 이동통로이다. 그런데, 수변 공간을 도로에 내주고 나니 사람들이 이용하는 산책로도 좁아졌고 동물을 위한 이동 공간도 사라지고 만 것이다. 

지금 당장 도로를 줄이기 어렵다면 빗물 통로에 울타리를 치고 언더패스 구간에 과속방지턱과 속도 안내 카메라 등 ‘스쿨존’ 과 비슷한 형태의 '수달존' 을 조성하길 권한다. 하상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적은 야간에는 고속도로나 다름없다. 로드킬 뿐만이 아니라 차량 간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수달에게 위험한 도로는 사람에게도 위협적이다. 충남 지방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10건 중 1건이 로드킬 관련 사고로 추정된다는 자료도 있다. 

도심 하천변 로드킬을 막는 근본대책은 언더패스 도로를 없애거나 차로를 줄이는 것이다. 아예 더 나가서 자동차 이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 코알라처럼 사람과 눈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감추지 않은 전주천 수달은 자연과 사람을 잇는 메신저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귀하다. 이제 우리가 세상의 속도를 줄이는 실천으로 신호를 보내야 할 때다. 

산불과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야생 멧돼지는 북측 멧돼지에서 불시착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날벼락을 맞았다. 농가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초 확인된 작년 9월16일 이후 현재 파주 5건, 강화 5건, 김포 2건, 연천 2건 등 14건이 경기도와 인천시 등 접경지역에서만 발생했다. 10.9일 이후에는 사육돼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청주에서 사살된 멧돼지. 사진=청주서부소방서
지난해 10월 청주에서 사살된 멧돼지. 사진=청주서부소방서

야생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산발적으로 발생(1.17까지 총 83건)하고 있으나 역시 파주, 연천, 철원, 화천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발병 개체수 증가는 울타리 설치 후 발견 개체가 더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 363억원의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대책 예산을 수립해서 마리당 사살시 포상금 60억원(1마리당 20만원)을 배정했다. 최소한 3만 마리에 해당하는 사살 포상금이다. 포획틀 예산도 30억4천만원이었다. 

그런데 멧돼지나 사육돼지 둘 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지역에서도 선제적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멧돼지를 잡아 죽였다. 그 결과 지난해 전국의 야생 멧돼지 30여만 마리 가운데 30%가량이 몰살됐다. 

애먼 맷돼지만 죽어 나간 게 아니다. 한 달도 못 되는 기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예방적 살처분으로 죽임을 당한 사육돼지는 42만여 마리나 된다. 예방적살처분은 발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가축전염병방역 지침에 따라 미리 살처분을 하는 제도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발생농장 반경 500m에서 3km, 기타(예외 조항)로 정해져 있는데, 이번에는 10km, 심지어 시군 단위로 마구잡이로 늘려 잡았다. 이러다 보니 실제 발생농장 살처분(2만7천여두)보다 아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돼지가 15배나 많았다. 

살처분 과정의 문제도 많았다. 매몰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다 보니 사체에서 나온 핏물이 강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야생의 멧돼지나 사육돼지에게 대한민국은 헬 지옥이자 아마겟돈이었다. 야생동물은 질병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만 그리 치명적이지는 않다. 폐사율도 낮고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를 갖추게 된다. 사육환경이 열악한 공장식 밀식 사육시설에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면 저항성을 갖추지 못한 사육동물에 삽시간에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야생동물의 병원성바이러스가 아니라 사육환경과 위생이 열악한 가축사육농장이다. 사전예방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차단 방역이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주요 전파요인인 농장의 차량출입을 통제하고, 사육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선진적 방역시스템은 미적대고 살처분은 거침없는 정책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코알라, 수달, 멧돼지 셋 다 사는 곳도 다르고 저마다 죽어가는 이유도 다르다. 하지만 자연 조절이 아닌 사람 때문인 것은 확실하다. 과도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생활 방식, 경쟁과 효율만 좇는 속도, 자연순환에 의존한 농사와 축산이 아닌 공장식 농축산 의존도를 조금만 낮추면 공존의 길이 열릴 수 있지는 않을까? SW

leekfe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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