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순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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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순혈주의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1.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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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부기관, 산하단체. 각종 위원회 장악
의견 다른 사람 수혈해 피를 잘 돌게 해야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헤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호그와트 4인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살라자르 슬리데린은 순수 혈통을 가장 중시했다. 머글(muggle, 마법 능력이 없는 보통 인간) 혈통은 믿을수 없다는게 그 이유다. 미국 마법사들은 노마지(미국 머글)와의 혼인을 법적으로 금지했을 정도로 마법사와 머글 간에는 자주 갈등을 빚었다.

신라의 골품제, 북한의 백두혈통, 인도의 카스트 제도. 일본의 야마토 혈통, 나치 독일의 아리안족 혈통 등 모두가 ‘순혈주의(순수혈통주의)’의 징표다.

근친상간 역시 순혈주의와 연관이 있다.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기는 고육지책이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가문 특유의 유전병인 주걱턱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순혈주의는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민족주의와 반드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민족이 반드시 같은 피를 나누어야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치, 사상, 언어, 종교, 문화에 기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좌파, 우파, 출신 성분 등을 따지면서 배타적 성향을 가지기도 한다.

이 정부의 순혈주의는 유난한 것 같다. 청와대를 비롯, 정부기관, 산하단체. 각종 위원회에 전대협 386 학생운동파, NL(민족해방) 주사파 계열. PD(민중민주의) 출신이 낙하산을 타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검찰, 법원(대법원, 헌법재판소 포함), 경찰 등의 주요 보직도 마찬가지다. 여당과 일부 야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란 소리를 듣고 있다. 집권당의 전 대표는 장관으로 갔고, 전 국회의장은 국무총리가 되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하는 삼권분립은 빈 껍데기만 남았다.

역사가 말해 주듯이 순혈주의는 예외 없이 몰락으로 이어진다. 종족 끼리 피를 나누면 유전자 풀(Pool)의 다양성이 소멸된다. 역사상 권력 유지를 위해 친지간 결혼을 원칙으로 삼았던 왕실은 기형적으로 변했다. 이 정부가 진정 이 나라의 건강한 발전을 바라고 정의롭고 평등한 나라를 이루고자 한다면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수혈해 피가 잘 돌게 만들어야 한다. 자기 주장만 맞고 자기들 식으로 나라를 이끌어나가야만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근본주의나 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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