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채원 기자의 시사터치] '격리시설 몸살' 겪은 아산, 진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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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채원 기자의 시사터치] '격리시설 몸살' 겪은 아산, 진천의 교훈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1.3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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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인정한 '양해 부족', 지역민 희생 강요하는 식은 버려야
'지역 이기주의' 비판 속에서도 나온 '환영 SNS', 달라진 생각 반영
31일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우한 교민들. 사진=뉴시스
31일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우한 교민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이던 교민들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각각 수용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고 31일 교민들이 전세기 편으로 귀국했다. 교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했어야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진천군은 "인재개발원 인근에는 2만6000여명이 밀집 거주하고 있으며 대형 병원이 없어 감염시 응급대처가 어렵다"며 반발했고 아산군은 "경찰인재개발원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고 근방에 있는 신창역과 불과 4km 이나에 신정호 국민관광단지가 있다. 동네 한가운데에 격리시설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역시 격하게 반발했다.

특히 이들은 천안에서 갑작스럽게 아산, 진천으로 바뀐 것에 강하게 반발하며 '천안시민은 자국민이고 진천군민은 타국민이냐'는 문구가 쓰여진 플래카드를 붙이기도 했고 천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인 반면 아산, 진천은 자유한국당의 지역구라는 점이 원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격리 지역을 천안에서 아산, 진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고 이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데 소홀함이 있었다. 지역에 상당한 불만과 혼선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방문한 뒤 인근에서 시위 중인 주민들을 만나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이 국가 소유의 연수원이고 수용인원이 커 불가피하게 선택하게 됐다. 우한에 계시는 분들이 고생하고 있고 이들도 우리 국민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진 장관이 있는 마을회관 진입을 시도하며 회관 유리창이 깨지고 계란을 던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교민들이 들어온 31일, 주민들은 격리시설을 수용하기로 하고 농성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우려했던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지만 이를 두고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이번 문제를 '님비 현상', '지역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달라진 부분도 있다. SNS에서는 '우리가 아산이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우한 교민들을 환영하는 문구가 적힌 손글씨 인증사진을 올리는 아산 시민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한쪽만 보고 비방하는 글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아산 시민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고통과 절망으로 힘들었을텐데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십시요", "우한 교민, 아산 시민 모두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등의 문구를 통해 우한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결국 이번 상황은 과거처럼 정부가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식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와 설득이 우선되어야한다는 점을 알려준 것과 동시에 우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조건 이들에게 혐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구시대의 논리'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염과 희생을 막아야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모든 이들이 힘을 합해야하는 게 이제 해야할 일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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