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 라운지] 부동산 시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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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BDS 라운지] 부동산 시세의 비밀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2.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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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연일 부동산 관련 기사에는 ‘9억원’ 이라는 키워드가 이슈다. ‘9억원 초과 보유세’, ‘9억원 초과 전세 자금 대출 규제’ 등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9억원’을 기준으로 한다.이는 우리나라 고가주택의 기준이 9억원이기 때문인데,이 ‘기준’ 따라주택 매도,매수에 관한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 기준에 따라 실거래가 동일해도 기준시세가 달라 대출여부가 갈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마포자이(전용 113)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의 경우 실거래가 각각 16억원(10월), 15억 8000(10월)으로 같은 수준이었으나 KB 부동산 시세 기준 각각 14억 7500, 15억 8000으로 대출 가능 여부가 나뉘었다.

이처럼 시세에 대한 기준은 예민하고 정밀해야 한다.현재 정부는 한국감정원과 KB 부동산 시세에 의거하여 기준을 결정하고 있다.나아가 둘 중 더 높은 쪽을 택하여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의 의지가 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국토교통부 산하의 기관이기 때문에 공적 성격이 뚜렷한 기관이다. 2005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공동주택의 가격은 줄곧 한국감정원이 산정을 맡아왔다.반면 KB 부동산의 경우 잘 알려져있듯이 민간 기업으로 부동산 시세 및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관련 민간 기업이다.따라서 이는 정부가 공공.민간의 시세를 모두 반영하여 공신력 있는 시세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둘 기관의 성격이 다른 만큼 시세 산정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감정원은 국토부 산하 기관인 만큼 국토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반면 KB 부동산의 경우 지정 중개소를 통하여 매주 시세 조사를 한다.

감정원은 공식적 실거래가가 반영되어 사견이 덜 개입된다는 점에서 보다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다.또한 KB의 경우 매주 중개소를 통해 실거래가를 반영함으로써 시황을 보다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하지만 이 둘의 단점도 뚜렷하다.현재 아파트 거래시 가격 신고는 60일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따라서 한국감정원이 삼는 국토부 실거래가의 경우 최대 2달이 지난 시점의 시세가 반영되기 때문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부동산 시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부정확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KB 부동산의 경우에도 중개소의 의견이 개입됨으로써 가격담합 등의 부작용의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에서 KB가 한국감정원 보다 높은 시세를 산정하고 있는 것은 위 2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은 국민들의 삶에 있어서 항상 예민할 수 밖에 없다.그만큼 그 어느때보다 현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의 실효성은 두고 봐야겠지만 정책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격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산정되야 함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산정에 있어서 위의 단점들은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아파트 거래 가격 신고일을 60일에서 30일로 줄여 국토부 실거래가가 보다 신속하게 반영되어 시세 정확도를 높여야할 것이다. 또한 최근 수원의 경우와 같이 주택 보유자가 인근 부동산에 제시한 이하의 가격을 부동산 사이트 등에 올리면 해당 부동산에 물건을 내놓지 않는 등의 가격담합에 대한 단속도 철저히 해야 한다. 

KB가 중개소의 시세를 참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부동산 가격불안정과 상승의 매우 큰 요인이다. 이를 반영하여 이달 2월 21일부터 부동산거래 교란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누구든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 등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아니된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2020. 2. 21 개정시행). 따라서 정부와 민간 모두의 노력으로 두 기관의 시세 격차를 줄여 공정하고 정확한 시세를 산정해야 할 것이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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