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재정권 유산을 소환해 통치술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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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재정권 유산을 소환해 통치술로 쓴다”
  • 시사주간
  • 승인 2020.02.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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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린 임미리 교수 칼럼
선거법 위반 해석 지나쳐 보여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유권해석이다.

이 위원회가 내린 심의결정의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8조를 위반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주말내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은 물론, 탄핵 당시 그리고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서의 수많은 정치적 편향, 가짜 기사들에 대해 보여줬던 이 위원회의 태도 때문이다. 당시 언론인들이 고발당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공직선거법 제8조는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에 관한 조항이다. 여기에는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와 인터넷언론사가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해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현재도 이 나라 언론은 물론, 온갖 매체, 개별 기고가, 시민단체들이 이 조항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공정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가 애매할 뿐 아니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특정 언론이 어느 후보를 어떤 이유로 지지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히지만 우리나라는 선거법 조항 때문에 막혀 있다. 그러나 우리 법원도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고려해 조직적인 낙선 활동의 일환이 아닌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 표시는 불법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바이든 후보 측은 지난주 블룸버그가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며 해당 녹음 파일을 언론사 등에 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하고 정적들을 싸잡아 비난한다. 그는 블룸버그에 대해 “미니 마이크(Mini Mike·자신보다 키가 작다는 의미) 등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규제당국으로부터 어떤 제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에 민주당이 임 교수와 경향신문 담당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취하함)한 이유는 “임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힌 민주당의 발표에도 잘 나타난다. 한마디로 ‘내 편인지 아닌지’ 검증을 해 봤다는 이야기다. 파시즘적인 발상이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임 교수는 민주당과 인연을 맺은 적도 있다. 민주당은 이 부분을 체크하지도 않고 이런 사단을 벌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으로 표현한 외신 기자의 말을 빌려 쓴 황교안 대표를 ‘국가원수 모독죄’로 처벌하겠다고 협박했다. 일국의 야당대표에게 한 일이다. 또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풍자 대자보를 붙인 대학생 단체를 경찰이 수사대상으로 삼았다. 소도(蘇塗) 역할을 하는 대학에 재갈을 물리려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엉터리 칼럼을 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검찰이 명예훼손으로 기소하자 “대단히 잘못된 일이고 국제적으로 조금 창피한 일”이라고도 했다. 그 기사는 오보로 드러났다. 그런데 작금의 이런 상황은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독재정권의 유산을 소환해 통치술로 쓴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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