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라운지] '기생충'의 빈부격차, 부동산의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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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BDS라운지] '기생충'의 빈부격차, 부동산의 양극화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2.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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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박 사장(이선균 분)의 저택.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주택을 연상케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박 사장(이선균 분)의 저택.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주택을 연상케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영화 <기생충>(Parasite, 2019)이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의 쾌거를 이루며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참 좋아한다. <설국열차>, <옥자> 등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일명 '봉준호 장르'의 영화들이다. 봉 감독은 매번 영화에 사회적 문제를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끔 담아내어 시민의식을 일깨운다는 측면에서 매스미디어(mass media)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기생충>에서도 역시 ‘빈부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계층의 문제를 ‘집’ 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극 중에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두 가족이 나온다. 

두 가족은 모두 부모와 두 자녀로 이루어진 4인 가구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들은 전원 백수로 환경이 열악한 반지하에 거주하는 반면 박 사장(이선균 분)의 가족은 글로벌 IT기업 CEO로 넓은 마당이 딸린 고급주택에 거주한다. 반지하와 고급주택은 극단적으로 두 가족의 환경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빈부격차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었다.이는 어떠한 주택을 소유 혹은 거주하고 있느냐에 따라 계층이 나뉜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불편한 진실을 부동산의 지역적 양극화 관점으로 예를 들어보면 박 사장의 저택을 연상하게 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단독주택 대지면적 1748.9m²,연면적 2861.83 m²에 지하 2층 지상 1층 규모의 고급 주택은 공시가가 무려 261억원 상당(2019 국토교통부)으로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주택이다.

반면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마리길 소재의 주택은 158만원(2019 국토교통부)상당으로 가장 저렴한 주택이었다.물론 단독주택의 형태는 천차 만별이기 때문에 둘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는 무려 약 1만7천 배에 달하는 차이다.

좀 더 비교가 용이한 아파트의 경우,매매가 기준(2019.02~2020.01국토부 실거래가 평균)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의 한남더힐이 82억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충북 증평군 도안면의 윤모아파트는 1천만원 미만으로 가장 낮았다.

한편 평당가 기준(2019.02~2020.01국토부 실거래가 평균)으로는 서울 서초구 신원동 소재의 서초 선포레 아파트가 1억3천38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역시 충북 증평군 도안면 소재의 윤모아파트가 2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이는 각각 약 820배와 535배 차이다.

시별 아파트 평당가(2019.02~2020.01 국토부 실거래가 평균)의 경우 전국 평균은 1037만원이었고 가장 높은 도시는 서울로 2487만원이었으며 경북이 46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특히 서울은 2위 세종 1142만원, 3위 경기 1125만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서울의 25평대가 평균 6.1억원, 세종과 경기의 25평대가 평균 2.8억원이라는 의미로 ‘in 서울’이 상대적으로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지표이다.  

<기생충>은 보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 서울 안에서 고급주택과 반지하라는 상징적인 요소로 빈부격차를 나타냈다.이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고급주택은 서울의 아파트,반지하는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라고 보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물론 서울 안에서의 지역별 빈부격차는 큰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서울과 여타 도시들의 격차가 심화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국토불균형이 심화되면 경제, 정치 여러 분야에서 균열과 갈등이 심해지기 마련이다.

철옹성과 같은 ‘서울공화국’이 지속됨에 따라 서울 집값 상승은 식을 줄을 모르니 ‘非서울 人’ 들은 언제부턴가 넋을 놓고 있다.지방 광역시들도 상승 폭이 있다고 하나 이는 서울에 비할바가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시별 평당가 순위(20192월 ~2020년 1월 국토부)를 보면 일반적으로 1위가 서울, 2위 3위가 경기 혹은 광역대도시일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2위가 세종(1142만) 4위 제주(959만) 5위 부산(945만)으로 중소도시인 세종과 육지와 대교하나 놓여 있지 않은, 지형적으로 불리한 제주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종은 정부청사의 이전으로 인구분산 정책의 대표적 성공사례다.또한 제주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로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몸값을 올렸다.물론 미시적으로는 값이 오르며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이 있으나 거시적으로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서울의 고밀도 집중화로 인한 타 지역과의 양극화현상인 부동산 가격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분산효과도 있을것으로 본다. 

극 중에서 언급하지 않은 ‘소외된 인물’ 이 있다. 바로 박 사장의 고급저택 지하벙커에 숨어사는 근세(박명훈 분)다.영화 중반이 넘어 등장한 근세는 지하벙커에서 세상으로 나와 박 사장 가족, 기택의 가족들 할 것 없이 모두를 상대로 칼부림을 하며 끝이 난다.

사회는 연일 강남 혹은 주요 서울 및 수도권 도시 집값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이를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생각하고 큰 괴리감을 느끼는 지역의 시민들을 잊고 있지는 않을까?.지역간의 극심한 격차는 국가의 구조적 분열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과잉 집중화 되어 있는 서울에서 탈서울 인구분산정책으로 지역적 양극화를 줄여나가야할 것이다. SW

llhhll69@hanmail.net

<칼럼은 집필진의 고견으로 본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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