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실효성 놓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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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실효성 놓고 갑론을박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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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단체 "생명윤리 교육하면서 실습 진행, 과도한 규제"
동물권위원회 "학생들 받을 충격 생각해야, '완전 금지' 필요"
위원회 운영 및 심의에는 "비현실적 발상, 윤리성 장담 못해" 한목소리
지난해 8월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동물모형으로 수술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건국대학교
지난해 8월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동물모형으로 수술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건국대학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1월 입법예고되어 3월부터 시행된다. '학습권 침해'라는 의견과 '아이들의 인격이 먼저'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예외 조항에 규정된 '위원회 운영'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국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미성년자가 체험, 교육, 시험, 연구 목적으로 동물(사체 포함) 해부실습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당시 해부실습이 학교가 아닌 학원 등에서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일이 일어나면서 동물의 생명권을 경시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특히 미성년자들의 경우 동물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법안 개정에 힘이 실렸다.

개정안은 미성년자들의 동물해부실습을 금지하고 있지만 '동물실험시행기관에 설치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 또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설치한 법 제27조의 요건을 충족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 동물해부실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되, 동물의 사체를 대상으로 해부실습을 하는 경우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경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을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학교에서 동물해부실습을 하려면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혹은 학교 내에 만들어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사체에 대한 해부실습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실습 심의와 승인 과정에는 반드시 수의사 또는 2년 이상 경력의 동물실험윤리위원이 포함되어야한다.

이 개정안이 나오면서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뉘어졌다. '살아있는 교육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과 '원칙적인 금지가 아닌 완전 금지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개정안의 예외 규정에 대해서는 '실현이 어렵고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생물과학협회 등 과학교육 단체들은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동물실험윤리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철회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생명과학 교육과정에서 동물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지 않고 생명과학 분야를 학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생명과학은 이론적으로 만들어진 학문이 아니라 실험실습을 통해 형성된 학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동물해부실험을 통한 구조와 기능의 이해는 필요불가결하다"면서 "사체나 고정된 동물을 이용해 해부실험 시 동물보호와 생명윤리 부분에 대한 교육을 포함시켜 교육을 하면서 실험실습을 수행하면, 교육의 목적과 생물윤리에 관한 법 제정의 취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영준 한국생물교육학회 회장(경인교대 교수)은 <시사주간>과의 통화에서 "동물보호법상의 '동믈'은 척추동물 이상을 가리키는 것이며 양서류 이상의 동물은 이전부터 해부실습을 금지하고 있다. 마른 멸치 해부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들어있고 조개류, 연체동물 등으로 한정되어 진행한다. 미국에는 사체에서 적출한 동물의 눈, 양의 뇌 등 생물실험 모델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이조차도 금지한다는 게 우려스럽다. 전문성 있는 교사들이 생명윤리 교육을 함께 하면서 진행하고 있는데 잔인성만 부각시키며 막는 것은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막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21일 논평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어느 누구에게도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며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더 많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미성년 학생의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하거나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2007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동물해부실습을 제외했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포르말린 유출사고에도 드러났듯 교육현장의 무분별한 동물대상 실습은 동물의 생명뿐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에도 위험한 요소다. 금지 정책을 엄격하게 지속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녹색당 관계자는 "학생들이 받는 충격, 폭력적 상황에서 겪는 고통을 생각해야한다. 학습권 침해라고 하는데 학습권보다 더 우선인 것이 학생들의 인권과 기본권이며 세계적으로 동물해부실습을 금하는 것도 그 이유다. 윤리적, 교육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많기에 학습권과 상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문제는 예외 조항에 나오는 '위원회'의 실효성이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 큰 부담인데다 위원회가 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는 등의 현실적인 제약이 많고, 결정적으로 위원회가 윤리성을 가진다는 보장이 없기에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는 양측이 동의를 하고 있지만 한쪽은 '학교를 규제하는' 법안의 철회를, 다른 한쪽은 예외조항을 없앤 '동물해부실습 완전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생물과학협회는 "학교는 '동물실험시행기관'이 아니므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해당 위원회의 설치를 강제해 학교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 보호와 윤리적 취급 등을 위해 설치, 운영하는 것으로 학교의 교육활동에 관한 심의 권한이 없다. 더 나아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각종 위원회를 설치, 제안하는 것은 학교 업무량의 과다를 불러일으키고, 교육과정과 무관한 피상적 윤리를 다루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주요 예외조항은 '학교가 직접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 제약이 많다. 또 외부의 '동물실험시행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여' 시행할 경우에도 안전하고 윤리적인 시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예외조항을 없앨 것을 주장했다.

신영준 교수는 "해부 실습 심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 밖이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는 거리가 먼 수의사를 일일이 참여시킨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선생님들의 교육권까지 박탈하면서 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문성 있는 선생님들이 생명윤리 교육까지 하며 주어진 범위 내에서 학습을 하고 있는데 이분들의 전문성까지 무시하고 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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