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바이러스 vs 독감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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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바이러스 vs 독감 바이러스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02.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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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포스 기숙사에서 방역작업을 하는 관계자의 고글에 김이 서려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4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기숙사에서 방역작업을 하는 관계자의 고글에 김이 서려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중국 후베이성작가협회 주석인 소설가 팡팡(方方ㆍ65)이 후베이성(湖北省)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초기 입장인 “人不傳人 可控可防(사람간 전염은 없고, 통제하고 방어할 수 있다)”을 언급하며, 이 ‘여덟 글자’가 우한을 피와 눈물과 한없는 슬픔과 고통으로 바꿨다“고 비판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즉, 커지기 전에 처리하였으면 쉽게 해결되었을 일을 방치하여 두었다가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과 같이 2019년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중국 정부가 발병 초기에 소극적 대처로 인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중국 시진핑(習近平ㆍ66)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비난이 있다.  

애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을 알렸던 우한중신병원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ㆍ34)는 공안(경찰)에 끌려가 ‘괴담 유포자’로 처벌받았다. 그는 작년 12월 30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입수하여 의대 동기 의사 7명이 함께 있는 SNS 단체 대화방에 우한시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스확진환자들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렸고, 이 사실은 인터넷에 급속히 전파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리원량은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계속하다가 감염되어 2월 1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후 2월 7일에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2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정했다고 밝혔다.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virus), ‘D’는 질환(disease)의 앞글자를 땄고, 발생 연도인 2019년을 뜻하는 ‘19’를 넣었다.

그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식량농업기구(FAO) 등과 합의한 지침에 따라 정한 것이라면서 “지리적 위치, 동물, 개인 또는 사람들의 집단을 지칭하지 않고 발음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질병과 관련 있는 이름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WHO가 정한 영어식 이름(코비드-19)과는 별도로 한글 표현으로 ‘코로나 19’로 정했다.  

한편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n Taxonomy of Viruses)는 이 바이러스 이름을 ‘SARS-CoV-2’라고 정했다. 즉,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의 동생뻘이라는 뜻이다. 두 바이러스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CoV)의 일종이다.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CTV)는 바이러스의 분류 체계를 제공하고, 바이러스의 종 개념(species concept)과 명명법을 규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1971년 총 290개의 바이러스 종(species)를 19의 속(genus), 2개의 과(family)로 분류한 것이 최초의 바이러스 분류체계다. 그리고 2011년까지 2285개 바이러스 종이 349개 속, 19개 아과(subfamily), 87개 과, 6개의 목(order)으로 정리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는 2600종이 넘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19’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즉 미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주재 영사관을 철수하고, 최근 2주간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중국은 “혼란을 퍼뜨린다”며 비판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지난 2월 1일 SNS 계정에 미국 독감과 관련한 미 CNN 방송 화면을 올렸다. 내용은 미국 전역에서 2019-2020년 사이 1500만명이 독감에 걸려 8200명 숨졌고, 중국에서는 1월 31일 기준 9000명 이상이 우한 폐렴에 걸려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사람이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상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회 코튼(Tom Cotton, 43) 위원장은 최근 청문회 등에서 우한 폐렴이 중국의 생화학전 프로그램에서 나왔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는 1986년 4월 소비에트연방 우크라이나의 방사능 유출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사고(Chernobyl accidnet)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코톤 상원의원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의 ‘수퍼 실험실’에서 기원했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우한에는 중국 유일의 ‘생물 안전 4급’ 수퍼 실험실이 있다. 4급 실험실은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 등 치명적인 병균을 연구할 수 있는 곳이다. 수퍼 실험실은 우한폐렴이 처음 발생한 수산시장과 몇 마일 떨어져 있다.

미국 주재 추이톈카이 중국대사는 2월 9일(현지 시각) CBS방송에 출연해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의 생화학전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그런 의심과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음모론 제기는 패닉을 초래하고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만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우리의 공동 노력을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화난(華南)이공대학 생물과학 및 공정학원의 샤오보타오(肖波壽)교수가 2월 6일 글로벌 학술 사이트인 리서치 게이트(Research Gate)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논문을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샤오 교수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보다는 ‘우한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진원지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우한에 있는 질병통제센터는 중국 후베이ㆍ저장성에서 포획한 박쥐 수백마리를 포함해 다양한 동물을 생물실험실에서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연구 과정에서 배출된 폐기 오염 물질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이 됐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 주장이다. 이 센터는 당초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지목됐던 ‘화난수산물시장’에서 약 28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선 미국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음모론(陰謀論)이 퍼지고 있다. 홍콩의 친중파 유투버를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이 대중 압박 전략의 일환으로 퍼뜨렸다는 음모론이 일고 있다. 이들은 현재 2% 수준인 치사율(致死率)이 향후 중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10-20%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러스(virus)는 라틴어로 독(poison)이란 뜻이며, 바이러스의 존재는 19세기 후반에 과학자들이 세균(細菌)여과기로도 걸러지지 않는 병원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0.1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미터) 이하로 세균(bacteria)보다 훨씬 작다. 세균은 항생제(抗生劑)로 치료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는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antivirals)로 대응한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가 대표적인 抗virus劑이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를 유전체(genome)로 가지고 있으며, 단백질로 둘러 싸여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혼자서 증식이 불가능하여 숙주 세포(host cell)내에서 복제를 하며, 세포 간에 감염을 통해서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동물, 식물, 세균(bacteria), 진균(fungus), 기생충(parasite) 등에 기생하므로 모든 종류의 생명체에 감염하여 기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 - 독감(flu), ▲메르스 바이러스(MERS virus) - 호흡기 질환, ▲에볼라 바이러스(Ebolavirus) - 유행성 출혈열, ▲로타 바이러스(Rotavirus), 노로 바이러스(Norovirus) - 식중독(食中毒),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virus) - 피부질환, 종양,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virus) - 간염, 간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 자궁경부암 및 각종 종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는 전자 현미경으로 보면 꽃잎 모양의 돌기가 나 있어 왕관(王冠)을 닮았다고 해서 ‘코로나(Coronaㆍ라틴어로 왕관)’라는 이름이 붙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1967년 영국 감기연구소가 처음 발견했고, 현재까지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최근 발병한 우한 폐렴 바이러스까지 총 7종이 발견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고 다른 병원균과 쉽게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게놈(genome, 유전체) 서열에 따라 알파ㆍ베타ㆍ감마ㆍ델타 등 네 속(屬, genus)으로 분류한다. 사스(SARS)와 메르스(MERS), 그리고 이번 우한폐렴(COVID-19)은 ‘베타’에 속한다. 자연 상태에서 알파와 베타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발견되고, 감마와 델타 코로나 바이러스는 조류(鳥類)에서 발견된다. 박쥐에게서 유래한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는 각각 사향고양이와 중동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다. 

독감(毒感, influenza)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질환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Spanish flu)으로 당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돼 2500만-5000만명이 사망했으며, 1957년 아시아 독감(Asian influenza)으로 200만명, 1968년 홍콩 독감(Hong Kong flu)으로 100만명이 사망했다.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으로 38도 이상의 발열과 콧물, 인후통, 기침, 두통, 근육통, 전신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독감은 AㆍBㆍC형 세 가지 유형이 대표적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효과는 맞은 뒤 2주 정도 지나야 항체가 생기고 4주가 지나야 제대로 효력을 발휘한다. 또한 효과는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의 나이, 기저질환, 이전 감염과 접종 여부에 따른 면역 상태, 백신 바이러스 주와 유행바이러스의 일치정도에 따라 다양하나, 백신주와 유행주가 일치할 경우 건강한 성인에서 70-90% 예방효과를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 방울이 호흡기나 눈ㆍ코ㆍ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아직 예방 백신이 없으므로 올바른 손씻기ㆍ마스크 착용ㆍ기침 예절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아울러 고령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을 직접 예방하는건 아니지만, 2차 세균 폐렴 합병증을 줄이기 위하여 폐렴구균 백신을 맞는게 좋다. SW

pmy@sisaweekly.com

<칼럼은 집필집의 고견으로 본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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