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마스크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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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마스크 대란’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3.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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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세라비 작가
사진=오세라비 작가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유독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 바로 약국이다. 게다가 고성도 들린다. 거리의 상점들은 시민들의 왕래가 뜸해 한산하다. 하지만 약국은 드나드는 시민들로 줄을 잇는다.

노인 보행기에 의지한 채 약국 문을 나서는 노인 한 분은 “내가 살다 살다 마스크 사는데 주민등록증 필요할 줄이야” 노인은 결국 마스크 구입에 실패했다. 주민등록증 지참도 하지 않았고, ‘마스크 5부제’ 소식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마스크 5부제’ 대책은 출생연도 끝자리와 정해진 요일까지 맞춰야 구매가 가능하다. 연로한 노인이 새로 도입된 시스템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노인은 보행기를 밀며 또 다른 마스크 판매처인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도 약국과 동일한 판매 조건이다. 다른 점은 약국이 1인 2매인 것과 달리, 농협은 1일 1인 1매다. 오전 9시30분에 번호표를 받은 후, 오후 2시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마스크 1매당 1500원이다. 그나마 하루 100매만 입고된다 하니 일찍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마스크 구입이 고행길이 돼버린 현장이다.

정말이지 마스크 구입하는 일이 중요한 일과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미세먼지, 황사 대비용 마스크는 늘 준비돼있었다. 필요하면 언제든 구입 가능한 품목이 마스크였다. 마트, 약국, ‘다이소’ 같은 생활용품 매장에 가면 마스크는 넉넉히 비치돼 있었다. 구입하는데 있어 전혀 아쉬움을 느끼지 못했던 마스크는 급기야 귀해졌고, ‘마스크 대란’을 몰고 왔다. 코로나19 확산이 몰고 온 신종 재난 상황이다.

“마스크 샀어? 애들이 출근하면서 마스크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못 샀네.” 주변에서 들여오는 대화 역시 너도나도 온통 마스크 얘기다. 안부를 묻는 대화도 마스크부터 시작된다. 그러다보니 외출은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가족 중 직장에 매일 출근하는 이에게 마스크를 양보한다. 주부들은 가족을 위해 마스크를 구입해 비축해두는 것이 일상이 됐다.

SNS에는 전국에서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 겨우 구입한 마스크 2장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온다. 약국 문이 열기 전인 7시부터 대기해 4시간을 기다려서 구입했다는 인증샷은 무용담처럼 올라온다. 그런가하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게 하지 말고, 공공 쇼핑몰을 임시로 만들어 공적 판매 마스크 구입조건과 동일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행하라는 등 제시되는 갖가지 해결방안도 눈에 띈다.

‘마스크 5부제’ 실시 후 혼란 상황이 계속되자,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보완 방안’을 또 다시 발표했다. 장애인만 가능하던 대리 구매에서 노인과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마스크 대리 수령을 허용키로 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손소독제 구입도 쉽지 않다. 다이소에서는 1인 1개만 구입을 허용하고 있다. 약국은 소독용 에탄올까지 동이 나고 있다. 소독용 에탄올로 손소독제를 직접 만드는 방법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어느 주부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소독용 에탄올을 사 비축해두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부들은 될 수 있는 한 집밖을 나가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영양가 높은 음식을 주로 만들어서 먹다보니, 본의 아니게 살이 ‘확찐자’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와 관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는 의료진처럼 오염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 있는 분들이나, 감염됐을지 모르는 호흡기 질환자 또는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 노약자 등 이런 분들이 주로 쓰셔야 된다.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는 분이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야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정작 마스크가 필요한 분들이 그걸 사용할 수 있다.”

김 정책실장의 발언의 요지는 시민들의 마스크 사용 자제를 당부하는 것인데,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 마스크 구입이 어렵다보니 시민들 스스로 될 수 있는 한 요령 있게 사용하고 있다. 필자만 해도 근처 시장을 다녀오거나 뒷산에 오를 때처럼 짧은 시간에 착용할 경우 여러 차례 사용하고 있다. 그럴 때는 햇빛에 한 나절 걸어두었다 재사용한다. 구태여 정부에서 ‘마스크 구매를 자제하라, 마라’ 권유하지 않아도 시민들은 지혜롭게 이 시기를 넘기고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은 혼선을 주는 발언을 자제하고, 위기를 넘길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한다. 정부 고위직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나 시민들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현황은 지난 8일 여전히 확산일로에 있다. 확진환자만 7313명, 사망자는 50명에 달한다.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던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이정도로 확산된 요인에는 노인요양병원이나 장애인 시설, 정신과병원 내 장기입원 환자 등의 집단감염을 들 수 있다. 사망자 대다수가 건강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이다. 향후 노인요양병원 등 집단시설의 감염병 전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감염병 전문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학교병원 단 두 곳이다. 코로나19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가 필요하다.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이 전 국민에 얼마나 큰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 절실히 깨달아 가는 때다. 2020년 봄은 어느 시기보다 잔인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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