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한 달, 또다시 사그러진 '청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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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한 달, 또다시 사그러진 '청년 바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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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해놓고 공천 탈락, 텃세와의 싸움도 고비
'류호정 논란' 청년 비례 1번 대표성에 상처 남겨
보수적인 정치 풍토에 '청년정치' 희생 반복
21대 국회도 청년들의 진출이 험난해지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21대 국회도 청년들의 진출이 험난해지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젊은 인재'를 영입하며 새 바람을 일으킬 듯 했지만 공천의 윤곽이 드러난 현 시점은 이전의 '외면'이 다시 살아난 모습이다. 영입된 인재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공천 탈락이 되기도 하며 공천이 되어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21대 국회도 청년을 외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청년 영입은 매 선거 때마다 각 정당들이 시도한 것이지만 막상 영입 후에 이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예가 많았다. 이 때문에 청년 영입이 '정치쇼', '1회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청년의 원내 진출이 극소수에 머물면서 청년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면에서 21대 총선은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고 청년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청년의 지지를 얻어야하는 상황이기에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막상 총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역시 기존과 다름없는 '정치쇼'에 머무른 느낌이다. 정의당이 젊은 후보들을 비례 및 지역구에 전진 배치하고 진보정당들이 청년에게 비례 앞번호를 주는 등 거대 정당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 역시 '당선 가능성'과 '대표성' 문제에 함몰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주인공'으로 기억됐던 원종건(27)씨, 청년 소방관 오영환(32)씨, 조동인(31) 미텔슈탄트 대표 등을 영입하며 젊은 인재 영입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두 번째 인재 영입이었던 원종건씨의 '미투 가해 의혹'이 제기됐고 원씨는 "사실이 아니지만 민주당에 들어와 남들 이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아무리 억울해도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한 것 같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조동인 대표는 대구 북갑 공천이 예상됐지만 불출마를 선언했고 오영환씨는 경기 의정부갑에 전략공천됐다. 하지만 과거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지역위원회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험난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청년 인사들은 지난 16일 "오영환 후보가 의정부갑에서 핍박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의 이름으로 오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며 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또 민주당이 서울 동대문을을 '청년우선공천' 지역으로 결정하고 장경태 당 청년위원장을 공천했으나 현역 의원인 민병두 의원이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청년 영입의 빛이 바래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체육계 미투 1호'인 김은희(29)씨를 영입하고 수도권 8곳을 청년 거점 지역구로 선정해 45세 미만 '퓨처 메이커' 후보자를 차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됐던 김미균(34) 이지온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추석선물에 감사하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정치성향'을 이유로 공천이 철회됐고 이 때문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또 '퓨처메이커'로 선정됐던 김성용 전 자유한국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에 옛 안철수계인 김근식 교수가 단수공천되자 "이번 총선도 역시 매년 되풀이 된 청년팔이 만행이 벌어지고 당 꼬임에 속아 청년들이 티슈처럼 쓰고 버려졌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김은희씨는 통합당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됐고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지만 역시 공천에서 배제됐다. '청년 우선 추천'으로 김용식(33)씨가 공천된 경기 남양주을은 남양주시장으로 3선을 한 이석우 전 시장이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의당은 '청년 20% 할당'을 통해 비례 1,2번과 11,12번에 청년 후보를 배치하고 수도권 주요 지역에 젊은 후보들을 배치하며 '청년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보여줬다. IT 업계에서 일하던 중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던 류호정(27)씨가 비례 1번을 받았으며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위 위원장(33, 비례2번), 문정은 전 정의당 부대표(33, 비례 11번), 정민희 서울 강남지역위원회 부위원장(33, 비례 12번) 등 젊은 후보들이 중심이 됐다.

그러나 류호정 후보가 대학 시절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리 게임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IT 회사에 부정취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류 후보는 "대학 시절에 한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이력을 꾸며 취업하지 않았다. 2015년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을 당시는 게임 랭크를 쓰지 않았고 정규직 전환 당시 이력서에 쓴 게임 랭크는 제 실력으로 승급한 것"이라며 부정취업 의혹을 반박했지만 국회 진입이 확실한 '비례 1번'의 대표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은 상황이다.

청년 영입은 청년층의 지지와 더불어 청년의 패기를 바탕으로 정치를 새롭게 바꾸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도 청년 영입은 하나의 쇼로 끝나가고 있다. 공천에서 배제되고 공천이 되어도 기존 정치인들의 반발과 텃세를 극복해내야하기에 청년 후보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어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나온다. 

또 이들을 청년층들이 '자신들의 대표'로 인식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도 변수다. 정의당의 논란은 바로 이 '대표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년층마저 이들을 대표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청년 정치인의 생명은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정당이 청년을 선거 직전에 영입하기보다는 청년당원들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고 기초의원 선거에 청년 후보들을 활용하는 식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줘야한다는 제안들이 나오지만 보수적인 정치 풍토는 아직도 청년들에게 벽을 쌓은 채 쇼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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