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회적 거리두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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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회적 거리두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자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3.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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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앞으로 보름간 진행될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첫날이다. 비상한 실천에 매진해야 할 때다. 코로나19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비상한 각오다". 22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전날 정부는 국무총리 담화를 통해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면서 "불가피하게 운영할 경우에는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다.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시설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법이 정한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적극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3일 정세균 총리는 정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전날 예배를 강행한 서울 사랑제일교회 등을 거론하며 "방역지침을 위반한 교회 등에 대해 집회 금지명령 등 단호한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한다. 행정명령이 엄포로만 받아들여져선 안 될 것"이라며 강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시사했다.

노래방, PC방, 헬스클럽 등 사람이 밀집하는 시설의 운영 중단을 정부가 강력히 권고하고 행정조치까지 예고했다. 하지만 시설을 운영하는 업자들은 정부의 대책을 따르려해도 영업의 막대한 손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헬스클럽의 경우 수건 등 개인용품 제공을 중단하고 노래방의 경우 손소독제 구비, 방역 등으로 대비를 한다고 하지만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고 영업을 중단하면 수입이 '제로'인 상태에서 임대료, 대출이자 등의 압박을 피하기가 어렵다. 딜레마가 안 생길 수 없다. '왜 우리만 희생되어야하나?'라는 생각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보름'이라는 시간을 정한 것은 바로 4월 6일, 초중고 학생들의 개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 번이나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사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졌고 또다시 미루어진다면 그 때는 학사 일정을 넘어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담화에서 "개학까지 보름이 남았다. 이미 세 번이나 연기했기에 학생들에게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으려면 남은 기간 확실한 방역의 성과를 만들어내야한다"면서 이 강력 조치가 바로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한마디로 보름이라는 시간에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셈이다. 

보름의 기간이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보름의 시간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기다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우리의 아이들이 바닷속에 잠겼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어른들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 때 못한 것을 지금 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모여 즐겁게 공부하고 놀 수 있도록 우리가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 때는 아이들을 못 지켰지만 지금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부의 정책이 이해가 될 것이고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게 된다면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숙제를 해결해야한다. 보름간의 희생을 보상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아이들을 지켜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해야한다는 의미다. 그것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교회도 이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그들이 과연 '예배의 소중함'을 몰라서 예배를 바꾸었을까? 자신들의 신앙을 위해 기도하고 찬양하는 행위가 이웃에게 해를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 뜻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믿기에 결정한 것이다. '이웃 사랑', '나라 사랑'을 외치면서 정작 이를 실천하지 않는 모순을 벗어나야할 때다. 아이들의 장래도 역시 생각해야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도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하자'. 최근에 나온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거리를 가깝게 해 하나가 되어 코로나19를 막는 지혜를 이제 발휘할 때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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